이제 2학년이 된지 한 달이 되어간다. 한 달 동안 아이도 나도 새로운 학년과 공부에 적응하느라 한참 몸살을 앓았다. 학교가 끝나면 놀고 싶어하는 A와 1학년때 해왔던 루틴대로 학교후 10분 쉬고 2시부터 시작해 학원 가기전에 오늘의 공부를 마쳤으면 하는 나. 큰소리도 몇 번 났고 아이가 엉엉울기도 했고 내가 다시는 공부를 가르치지 않겠다고 선언하기도 했고 문제집을 다 치워버리는 일도 생겨났다. 놀고 싶고 하고 싶은 일만 왼 종일 하고 싶어하는 A에게 하고 싶은 일은 해야 할 일을 마친 후에야 할 수 있는 거라는 걸 가르치는 건 ADHD가 없는 다른 아이들보다 훨씬 힘이 든다는 걸 또 한 번 깨달았다.
1학년 1학기 초반때도, 여름방학 시작 때도, 겨울방학때도 늘 일어나는 일이다. ADHD아이들에게는 정해진 루틴을 익히게 만드는 데 시간과 힘이 들고 그 루틴을 깨고 새로운 루틴을 인지시켜주는 것 역시 몹시 힘들다. 그래서 학기가 바뀌거나 방학을 거치는 과정의 초반에는 늘 아이와 큰 소리가 나고 아이를 굴복(?) 시키는 과정이 필요해진다.
도돌이표처럼 반복되는 이 상황이 엄마인 내 입장에선 참 피곤하고 늘 어렵다. 그래서 이번엔 아이에게 하교 후 학습루틴 잡는 방법을 한 번 정리해보려고 한다. 어차피 여름방학에도 다음 학기에도 초반에 이렇게 힘들테니 이번에 배운 걸 잊지 않고 싶기 때문이다.
ADHD 아이의 하교 후 공부습관 만들기 1. 약속을 만드는 게 먼저!
아이에게 일방적으로 시간을 통보해봤자 참여하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 하교 후 아이가 공부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언제인지 아이와 함께 파악해보고 그때를 공부시간으로 약속하자. 적어도 30분에서 1시간 정도 학원 사이의 공백이라거나 저녁먹은 후 등 충분히 집중할 수 있는 여유 시간을 아이와 함께 찾고 그 시간을 공부시간으로 하는 것을 오케이하는 지 아이에게 물어보고 약속하자. 아이 스스로 약속한 시간이기 때문에 그 시간에 공부하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적어질 것이다.
A같은 경우는 아직 학교가 방과후수업을 진행하지 않고 있어서 하교 후 10분 만 쉬고 2시부터 태권도 가기 전 시간 동안 공부하기로 협의가 되어 있었다. 앞으로 방과후수업이 편성되고 원하는 수업을 듣게 된다면 다시 아이와 공부할 시간이 언제가 좋을 지 협의해볼 예정이다.
2. 공부하기 전에는 놀 거리를 치우자.
2학년이 되면서 스마트폰을 장만해주었다. 아직 학교에는 스마트폰을 들고다니지 않고 있다. 집에만 두고 하루 30분 이내로 아이가 좋아하는 원피스에 대한 내용을 혼자 검색도 하고 사진도 저장하고 넷플릭스로 영상을 보기도 한다. 대신 공부하기 전에는 스마트폰 사용은 금지이다. 개학하고 아이가 원해서 짧은 시간이라도 스마트폰을 보고 싶다고 해서 허락해준 적이 있는데 공부할 시간을 잊거나 공부하자고 하면 짜증을 내는 원흉이 되었다. 그래서 그 뒤로는 스크린타임 자체를 공부가 마치는 시간으로 조정하고 하교 후 공부할 때까지는 스마트폰을 못 만지게 하니 그나마 공부시간을 지키기 시작했다.
또 4교시를 하는 날과 5교시를 하는 날에 하원 시간이 다르기 때문에 아이가 공부하기 전에 가지게 되는 자유시간이 다르다. 오자마자 놀지도 못하고 공부한다는 원망을 종종하는 A라 4교시만 하는 날에는 놀다가 공부를 하니 더 잘 협조하겠지? 라고 생각했지만 오히려 그런날 더 공부를 시작하기 어려워한다.
그래서 공부하기 전에는 레고나 건담 등 벌려놓고 놀게 되는 일은 좀 자제 시키는 편이다. 놀고 싶은 것에 꽂히면 공부고 나발이고 아무 생각도 안나는 ADHD이기 때문에 자극을 최소화하려고 하고 금방 치우고 공부로 전환할 수 있는 놀이(예를 들면 그림그리기, 책 읽기, 종이접기 등)로 유도하려고 노력한다.
또한 공부하는 공간에 아이의 시선을 뺏길만한 책이나 장난감 등은 보이지 않게 다 치워서 공부할 때는 공부에만 몰입할 수 있도록 만들려고 노력중이다.
3. 공부할 시간이 되어간다고 미리! 알려주자.
ADHD아이들은 공부 시작 자체가 어려운 경우가 많다. 아무래도 주의력이 부족하다보니 공부에 다시 집중해야하는 주의전환이 어려워서인데 그럴때마다 공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걸 알려줄 필요가 있다. 하교 하면 2시에 공부를 시작할꺼라는 걸 알려주고 10분, 5분, 2분, 1분이 남을때마다 아이에게 기분나쁘지 않게 공부할 시간이 곧 다가온다고 알려준다. 아이도 그러면 마음의 준비를 하게 되고 공부로 전환이 그나마 좀 자연스럽게 되는 편이다.
제일 최악은 아이가 시간 개념을 잊고 막 놀고 있는데 이제 공부할 시간이니까 오라고 아이 방 밖에서 소리치는 것이다. 청각주의력이 떨어지는 ADHD아이는 엄마의 소리를 당연히 한번에 듣 지 못하고 엄마는 아이를 부르다가 짜증이 나기 시작한다. 그리고 아이에게 공부할 시간이 한참 지났는데 뭐하는 거냐며 타박을 하게 되고 아이는 즐거운 놀이를 엄마가 망쳤다는 원망으로 공부할 마음이 생겨나지 않게 된다.
귀찮더라도 엄마가 아이에게 공부할 시간이 얼마정도 남았음을 알려주고 아이에게 마음의 준비를 하도록 만드는 것이 공부에 몰입할 수 있는 시간을 단축시켜주는 방법이다.
4. 어쨌든 가장 강력한 도구는 칭찬이다.
약속하고 놀거리를 숨기고 시간을 미리 알려줘도 공부는 아이가 스스로 하고 싶은 무언가가 되기 어려운 과제이다. ADHD가 아닌 아이들에게도 그건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런 아이를 공부하게 만드는 가장 좋은 방법은 아무리 생각해도 칭찬이다.
뜬금없는 칭찬이 아닌 아이가 잘 한 것에 대한 칭찬을 빼먹지 말고 듬뿍 해주는 것. 어제 보다 1분이라도 빨리 책상에 앉으면 그걸 칭찬해주고, 어제보다 문제를 1문제라도 안 틀렸다면 그걸 칭찬하자. 그리고 어제보다 문제집을 더 빨리 풀어냈다면 아이의 노력에 대해 충분히 칭찬해주는 거다.
주의 집중력이 부족하다보니 2학년 수학에서 제일 중요한 개념인 두자리수 덧셈과 뺄셈의 개념과 받아올림, 받아 내림의 개념을 알면서도 덧셈을 하거나 뺄셈을 할 때 헷갈리는 경우들이 있다. 오후 2시는 콘서타 용량이 제일 높은 시간이긴 하지만 본인 체중 대비 적게 먹이고 있기 때문에 집중력이 메디키넷보다는 약하고, 그래서인지 이런 실수가 종종 나온다. 하지만 A는 어제보다 하나라도 더 맞으려고 노력한다. 엄마의 칭찬이 너무 달아서 자꾸만 받고 싶어져서 그렇다.
나 역시 이렇게 단순한 문제에서도 실수가 있는 A가 답답하고 화가 나지만 그래도 어제보다 나아졌다고 아이를 칭찬하려고 노력한다. 혼내는 것보다 그게 훨씬 효과적이라는 걸 알기 때문이다.
이런 식으로 아이에게 칭찬으로 길을 들이면 모든 과정이 훨씬 수월해진다. 공부시간에 칭찬받는 것이 좋은 아이는 공부시간이 되면 바로 자리에 앉아 공부를 시작할 것이고 문제가 좀 어렵고 까다롭더라도 칭찬의 맛을 더 보고 싶기 때문에 흐려지는 집중력을 꽉 붙들고 문제와 싸우려고 노력할 것이다. 그리고 그 어려운 문제들을 열심히 풀어내는 아이의 기특한 모습에 엄마는 또 한 번 아이를 칭찬하게 되고 그 칭찬의 선순환은 아이를 스스로 공부하는 아이로 만들어 낸다.
공부하기 싫다는 아이를 억지로 끌고 책상에 앉힐 수는 있지만 공부는 엄마가 억지로 머릿속에 넣어줄 수 있는 게 아니다. 그렇다고 엄마의 역할이 아이를 책상에 앉히는 것으로 끝나서는 안된다. 엄마의 역할은 아이가 공부를 자기 스스로를 증명하는 즐거운 과정이라고 생각하게 만든 것. 바로 거기 까지다.
공부는 세상의 해상도를 높여 더 세상을 잘 이해할 수 있게 되는 과정이라고 한다. 그 과정을 아이가 즐길 수 있게 만들고 싶다. 그리고 그 어려운 과정을 묵묵하게 버텨낼 수 있는 힘을 가지게 하고 싶다. 칭찬이라는 강력한 도구로 내 아이가 세상의 이치를 더 쉽게 깨닫고 어려움을 헤쳐나갈 수 있게 되길 오늘 노력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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