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번째 학부모 총회(1학년때와의 비교/약물치료효과/콘서타+페니드조합/최악의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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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HD와 A

두번째 학부모 총회(1학년때와의 비교/약물치료효과/콘서타+페니드조합/최악의 수)

by 쌤쌔무 2024. 3. 21.

ADHD라 더 특별한 너

2학년이 된지 3주가 되어간다. 얼마전에는 학부모총회를 다녀왔다. A가 앉아 공부하는 책상에 앉아서 선생님이 반 아이들에 대해 이야기하는 내내 살짝의 긴장감이 있긴 했지만 1학년때에 비해서는 마음이 굉장히 편했다. 2학년인 아이들의 현재 수업태도와 몇몇 문제들에 대해 이야기해주실 때도 예전같았으면 혹시 A 이야기아닐까? 해서 굉장히 긴장되고 집중했을텐데 듣는 내내 아, 저건 A가 관련된 문제는 아니구나. 하고 넘어갈 수 있는 내용이 많아서 더 편했나보다.

 

베테랑 선생님이신지 반에서 일어나는 수업방해 상황이나 준비물 누락, 친구들 사이의 트러블 등을 꼼꼼하게 하이클래스 어플의 알림장을 통해 수업 첫날부터 보내주셨기 때문에 나는 그런 내용을 볼 때마다 A에게 조심스레 "이거 누가 그런거니? 너는 아니지?"하고 물어봐왔다. 3주가 다 되는 동안 한 번도 문제상황에서 본인이 주인공인 적은 없었고 한 번 옆자리 친구가 자기 마음대로 과제를 해서 A가 안된다고 하니 "바보"라는 표현을 A에게 써서 선생님이 제지한 적은 있었다. 하지만 그 외에는 A는 준비물도 잘 챙겨가고 수업도 열심히 따라가는 아이였다.

 

 

 

선생님도 아이가 문제가 있다면 3월에 이미 전화가 갔을 것이고 2학년정도 되면 3월에 전화할 일이 없다면 3월 이후부턴 딱히 전화드릴 일이 없을꺼라고 했다. 그런 말씀으로 봐선 A는 무난하게 잘 적응하는 것처럼 보인다.

 

한가지 마음에 걸리는 건 지금의 담임선생님이 아이의 ADHD에 대해서 이미 알고 계실지도 모른다는 점이다. 지금의 담임선생님이 아이가 원래 다니던 학교에서 전근오신 것은 이미 첫날 아이에게 이야기해서 알고 있던 부분이긴 하다. 그런데 아이가 점심을 먹기위해 급식실을 갔다가 1학년 1학기 담임 선생님을 만났다고 하는 것이 아닌가?  놀란 아이가 선생님께 인사를 드리자 반갑다고 하시면서 선생님도 이 학교로 전근왔다고 말씀하셨다고 한다.

 

급식실은 같은 학년들이 모여서 보통 식사를 하기 때문에 같은 2학년 선생님이 아닐까 싶어진다. 그렇다면 처음 반 배정할 때부터 A의 ADHD를 알고 반배정이 이루어졌을 수도 있겠다 싶어졌다. 개인적으로 제일 피하고 싶던 상황인데 아무래도 지역이 겹치다보니 우려하던 일이 실제로 벌어진 듯 하다. 

 

나는 처음부터 학교에 제출하는 서류에 A에 ADHD에 대해서는 기재하지 않았다. 1학년 1학기 담임선생님이 같은 학교에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마자 너무 놀라서 남편에게 이야기했다. 남편은 아이가 약물에도 잘 적응했고 사회성치료랑 놀이치료도 꾸준히 받아서 친구에 대한 배려나 본인 감정에 대한 컨트롤도 많이 좋아졌기 때문에 큰 문제가 없을 것이고 선생님들끼리 그런 이야기를 나누진 않을 것 같다며 희망회로를 돌렸지만 나는 아무래도 현재 담임선생님이 A의 ADHD에 대해 이미 알고 계실 것만 같다.

 

 

그걸 알고 계신다면 A가 ADHD치고는 굉장히 성실한 학생이라고 생각하시는 긍정적인 효과를 볼 수도 있겠지만 1학년 1학기때처럼 움직이는 시한폭탄이라고 느끼고 계실지도 몰라서 아이가 편견을 받을 것 같아 걱정이다.

 

A는 콘서타와 페니드로 바꾼 이후 오후까지 꽤 잘 집중되고 정돈된 상태를 보여주고 있다. 약용량이 메디키넷보다는 살짝 부족한(메디키넷20->콘서타18+페니드5) 편이긴 하지만 메니키넷의 뾰쪽하고 예민한 부분이 많이 사라져서 아이의 해맑음은 그대로 유지한 채 필요한 집중력은 잘 보여주는 편이다. 그리고 선생님의 말씀에 잘 집중하고 잘 따르려고 노력하는 성향의 아이이기 때문에 학교생활 자체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선생님이 A가 ADHD가 있다고 미리 알고 계신다면 아이라면 할 수 있을만한 행동도 색안경을 쓰고 보실 수 있을 것 같아 우려가 된다. 1학년 1학기때 그런 일을 충분히 겪었고 그 당사자가 같은 학교에 근무하고 있다보니 더더욱 그런 걱정이 커진다. ADHD가 있는 지 몰랐던 1학년 2학기 담임선생님의 시선에선 분명히 1학년이라면 감정조절이 어려워서 그럴 수 있는 일이라고 평가받았던 상황이었기 때문에 더 그렇다.

 

1학년 2학기 담임선생님은 초임에 젊은 분이었지만 1학년 1학기 담임선생님과 2학년 담임선생님은 베테랑이라 불리실만큼 경험이 풍부하신 분들이다. 그런 분들을 거쳐간 ADHD아이들은 약물치료를 했을까? 나처럼 사회성치료와 놀이치료까지 열심히 달렸을까? 그냥 방치되었던 아이들일까? 선생님이 지금까지 봐온 아이들과 A는 크게 다를까? A는 정말 시한폭탄인걸까?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ADHD는 A를 특별하게 만든다. 아이가 좋아하는 것에는 금새 몰입해서 엄청난 정보를 습득하게 하고 아이가 잘 하고 싶은 일에는 엄청난 능력을 발휘하게 돕니다. 대신 아이는 정리를 어려워하고 정돈을 힘들어하며 집중해야하는 다른 많은 일 들에서 집중을 놓친다. 하지만 그런 집중력부족은 약물의 도움으로 약물효과가 지속되는 시간에는 잘 컨트롤되고 있다. 나머지, 아이가 보여주는 실수나 문제들은 ADHD때문이 아닐 수 있다. 상황이나 아이의 성향, 주변 친구들의 영향 등 다른 원인이 많을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ADHD라는 틀에 아이를 가두고 모든 문제를 ADHD로 돌리기 쉽다. 나 역시 그럴때가 있기 때문에 선생님들이 아이의 행동을 ADHD라는 잣대로 쉽게 평가해버리는 것을 무조건 선생님으로써의 자격을 운운하며 뭐라고 할 수 없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아이가 ADHD라는 것 자체를 몰라줬으면 했던 마음이 컸기 때문에 이런 상황 자체가 참 아쉬울 수 밖에 없다. 아이는 앞으로 5년을 더 이 학교를 다녀야할 것이고 선생님들도 마찬가지이실것이다. 아이에 대한 평가가 졸업할 때까지 ADHD라는 꼬리표를 붙인 채 이루어질 것이라고 생각하니 참 암담하다.

 

적어도 아이가 ADHD라는 사실을 공유하시진 않으셨으면 좋겠다. 물론, 이미 다 알려졌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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