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학년이 되고 일주일이 무사히 흘렀다. 낯선 환경인데도 친구들과도 잘 어울리고 크게 두드러지지 않는 모습인 것 같아 다행이다. 역시 방학때 콘서타로 변경하면서 일찍 페니드를 추가한 것이 도움이 된 것 같다.
올해부턴 내가 일이 좀 많아져서 오전에 A가 집에 와 있는 시간에 집에 없는 경우가 종종 생겨날 것 같다. 그래도 둘이 함께 하던 공부의 양은 줄이지 않을 것이라 엄마의 부재중에도 혼자 공부를 잘 할 수 있을 것인가가 새로운 걱정의 포인트가 되었는데 의외로 공부할 내용만 잘 정리를 해놓고가면 본인이 해야할 부분은 스스로 해내고 있다. 물론 선행을 엄청하는 아이들과 비교하면 그 양이 적은 편이지만 그래도 ADHD인 A가 스스로 해야할 일을 놓치지 않고 짜증이나 화 없이 묵묵히 해야하는 일로 받아들인다는 것 자체가 엄마인 내게는 감동이다.
7살때부터 평일에는 매일 1시간은 나와 무조건 공부한다. 라는 규칙을 세워 지켜낸 덕이리라. ADHD아이에게 새로운 루틴 하나를 만들어주려면 적어도 3달 이상은 꾸준히 해야한다고 하는 이야기를 듣고 초등입학 전부터 지켜왔던 루틴이라 이제 아이도 학교가 일찍 끝나든 늦게 끝나든 2시가 되면 나와 식탁에 앉아 공부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 되었다. 그러고나니 2시에 엄마가 없어도 해야할 공부는 알아서 끝내야한다는 것까지 가능해진 것 같다.
아이가 ADHD라면 아이는 아마 스스로 공부할 스케쥴을 잡는 것도 공부할 필요성을 느끼는 것도 다른 아이들보다 더디고 어려워할 것이다. 이럴때 엄마가 미리 공부할 수 있는 습관을 잡아주는 게 크게 필요하다고 본다. 맞벌이였던 동생은 ADHD인 조카 J에게 그걸 해주기 어려웠다. 하지만 학군지에서 학교를 보내고 있기 때문에 공부자체에 신경을 안 쓸 수는 없었다. 그래서 학원을 많이 보냈는데 여전히 학원을 다니고는 있지만 숙제를 하거나 자기 공부를 해야할 때 공부 자체에 집중하기도 어려울 뿐 아니라 공부해야한다는 당위성을 잘 못느끼는 부분이 있어서 학년이 올라갈수록 책상에 앉혀놓기가 어렵다고 한다. 그래서 스파르타 식으로 가르치는 학원들을 보내곤 있는데 몇 시간씩 학원에 붙잡혀서 문제푸는게 싫다고 푸념하는 조카 J를 볼때마다 안쓰럽기도 하고 아쉽기도 하다.
적어도 A는 그렇게 공부를 싫어하거나 공부때문에 본인 시간을 몽땅 쏟아붓게 만들고 싶진 않다. 스스로 공부는 학생의 본분이라 생각하고 어느정도 잘하고 싶어하는 욕구를 잘 관리해서 자기 스스로 공부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게 목표라 아이가 공부하면서 성취감+자신감을 느낄 수 있도록 만들고 싶다.
7세 가을부터 꾸준히 해온 덕에 1학년 공부는 그나마 잘 해온 편이다. 하지만 영어공부가 시작되는 3학년부터는 국어도 수학도 어려워진다고 하니 올 한해 동안 플랜을 잘 짜서 공부할 수 있도록 도와줄 예정이다. 스스로의 다짐이기도 하지만 함께 ADHD아이를 키우는 엄마들과도 공유할수 있도록 플랜을 짜보려고 한다.
ADHD아이 공부습관 만들기_ 1. 해야하는 건 그냥 하는 거야(루틴만들어주기)
공부시간을 루틴처럼 인지시켜주는 게 제일 좋은 방법이다. 아침에 일어나서 40분 가량 수학과 영어 패드 수업을 받고 학교 다녀와서 2시부터 태권도를 가기전까지 1시간에서 1시간 10분가량은 무조건 공부를 하는 루틴이다.
오후 공부 루틴은 7세 가을부터 시작해온 것이고 (시간은 유치원때는 하원 후 10분 쉬고-> 초등 입학부터 하교 후 10분 쉬고로 바뀌었다.) 오전 공부 루틴은 2학년 시작하기 전 주부터 시작한거라 아직 열흘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그래서 오후 루틴은 공부할 것들이 꽤 다양함에도(사고력수학/연산수학/알파벳파닉스/알파넷사이트워드/문해력/글쓰기) 잘 따라오는 편이지만 오전 공부 루틴은 졸려서 늦거나 집중을 놓쳐서 결국 시간내에 못 끝내고 오후 공부 끝내고 나머지 공부처럼 하는 경우가 종종 생겨난다.
하지만 조급해하지 않기로 한다. 오후공부를 처음 시작했을 때도 하기 싫다, 힘들다며 다 못 풀고 학원을 다녀오고 다시 풀기도 하고 평일에 못하면 주말에 보충을 하기도 하면서 공부해야할 양은 무조건 다 해내는 것이라고 지속적으로 가르쳐왔기 때문에 시간 내에 다 못하면 자신이 손해라는 걸 이미 알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 못하면 있다가 노는 시간을 줄여서 해야하고 오늘 못하면 주말에 못 놀고 해야한다. 이런 규칙과 루틴을 결합시키면 지금은 하기 싫다고 지루하다고 재미없다고 해도 어쩔수 없이 다 해야한다는 것을 깨닫고 나의 놀이시간을 사수하기위해서 열심히 해치우게 된다. 엄마가 이부분은 조금 엄격하게 규칙을 지켜주고 안쓰럽다고 공부 안하는 걸 봐주거나 하지 않는 걸 추천한다. 아이도 책임감이라는 것과 해야할 것과 하고 싶은 것 사이의 우선순위를 깨달아야하니까.
2. 수준 파악 제대로 하기(아이 레벨에 맞추기)
아이들마다 선행이 가능한 아이가 있고 선행이 어려운 아이가 있다. 보통 웩슬러 지능지수 대비 110이 넘으면 선행이 가능하고 120이 넘으면 영재원 준비가 가능하다고 하는데 A는 115이다. 하지만 나는 선행을 크게는 시키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지능지수가 선행이 가능하다 할지라도 A에겐 ADHD라는 핸디캡이 있고 이 ADHD는 지루한 건 절대 못참기 때문이다.
학교 수업내용을 이미 다 알고 있다면 A는 아마 지루해서 수업에 전혀 집중하지 못할 것이다. 선생님이 너무나도 뛰어나서 A의 흥미를 완벽하게 자극시키지 않는 한 말이다. 그러므로 A에겐 막무가내식의 선행학습은 오히려 독이 된다는 걸 나는 잘 안다.
그래서 A는 무차별식 선행학습보다는 기존의 수업에서 1~2단원정도만 앞서 나가는 대신 대충 훑어보고 슬렁슬렁 넘겨보는 ADHD의 특성을 보완해줄 사고력수학에 조금 더 집중하고 있다. 생각하는 힘을 키워주면 선행을 통해 진도를 빼지 않아도 자기 진도에 맞게 더 깊이 공부해나갈 수 있을 것 같아서요.
그렇다고 영재교육원아이들이 푸는 사고력수학까지는 아니고 깨봉수학을 통해 흥미를 자극하면서 기존 내용을 비틀어보고 더 깊이 생각해보는 방법을 선택한 상태이다. 아직까지는 아이가 즐겁게 수업을 받고 있고 알고 있던 내용을 더 깊이 또는 다르게 바라보는 방법들을 배워서 만족스럽다.
그리고 글 쓰는 것을 싫어하는 ADHD의 전형적인 특성을 가진 A를 배려해서 일기나 독서록같이 지루한 형식이 아닌 문장의 구조를 파악하면서 하루에 몇 줄 정도의 글을 쓰는 글쓰기 교재와 다양한 토픽들로 문해력을 높일 수 있는 문해력 교재 역시 하루에 딱 한 장씩만 풀게 하고 있다. 그러면서 교과서 수록도서 및 위인전, 초등 저학년 추천 도서 등을 학교에 가지고 다니게 하는 중이다.
영어 역시 나의 큰 고민인데 사이트워드를 통해 단어노출을 해주면 생각보다 잘 따라오는데 파닉스진도가 잘 나가질 않는다. 영어알파벳과 파닉스를 잘 연결 못하는 부분도 있고 한글공부할 때도 나타났던 문제점인 자기 멋대로 오역하거나 매칭을 잘 못하는 부분, 아는 단어인데 기억을 잘 못 떠올리는 부분 등의 문제가 영어에도 고대로 나타난다. 이것역시 찬찬한글로 하나하나 한글의 모음과 자음을 따로따로 가르쳤던 것 처럼 파닉스진도를 아주 천천히 해서 제대로 되새김질해서 나가는 중인데 이게 도움이 될지 내가 영어를 공부했던 것 처럼 발음기호를 이용한 방법이 더 도움이 될지 고민이다. 리스닝도 조금 약하고 리딩도 이제 조금 익숙한 단어들만 눈에 보이는 정도라 노출 자체도 많이 늘릴려고 노력중이기는 하다.현재는 사이트워드와 파닉스(스마트패드+엄마표 섞어서)만 영어공부를 하고 있는데 영어노출을 조금 더 늘어서 낫긴 하지만 이러다 별 효과가 없으면 영어학원에 보내볼까도 고민중이다.
이처럼 내 아이의 수준을 잘 파악하고 스케쥴을 짜야 아이도 엄마도 지치지 않는다. 공부는 재미없고 지치면 지는 게임이 아닌가? 아이의 수준에 맞으면서 흥미를 잃지 않도록 아주 개별적으로 판단해나가는 것이 아주 중요하다.
3. 소중한 자신감 지켜주기!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건 아이의 자신감 지키기! 틀리고 잘 못한다고 너무 다그치면 늘 부작용이 난다. 조금 못한다고 혼내니 자책을 하기 시작해서 못할 땐 조금 기다려주고 잘 할땐 엄청나게 칭찬해주니 알아서 스스로 하는 부분이 늘어난다. 이건 엄마의 속을 타들어가게 하는 방법이라 힘들지만 이게 제일 잘 먹히니 어찌하나..
난 못해. 난 안돼. 난 잘 못할꺼야. 하고 소심해지고 비뚤어지는 아이에게 잘한다. 잘할 수 있다. 잘하더라. 잘해. 잘하는 것 같더라. 니가 제일 잘하는 거다. 잘하고 있다. 어미를 미친듯이 바꿔가며 아이의 응원단이 되어보자. 두 손에 쥔 응원풀이 다 떨어져 나가서 지칠때쯤에 아이가 진짜 잘하는 모습이 보이게 될 것이다.
나도 2학년이 되니 아이에게 기대감도 늘어나고 공부도 더 시켜야할 것 같아서 마음이 조급하다. 하지만 내 아이에게 맞는 속도와 방향이 있다고 생각해본다. 화가 나고 속도 타들어가고 요새들어 역류성식도염이 돋아 잠도 설치고 피곤해서 가시돋친 말이 나도 모르게 입밖으로 튀어나오는 시기라 내 자신에게 다짐해보기 위해 글을 써보았다. 아이는 내 화분에 심어져있는 작은 나무다. 너무 덜 자라지 않게 물도 충분히 주고 햇살도 충분히 줘야겠지만 아직 여물지도 않았는데 찬바람 드는 창밖에 두거나 알아서 자라라고 비바람 아래 두어서는 안될 것이다. 그리고 언젠가는 내 화분을 떠나 넓은 밭에 심길테니 햇살이 강할 때 스스로 고개를 숙이는 법과 바람과 구름의 방향을 익혀 날씨를 미리 예측할 수 있는 방법 역시 가르쳐줘야한다. 내 아이는 좋은 흙과 좋은 씨앗을 가지고 있다. 나라는 화분이 깨지지 않고 잘 아이를 감싸준다면 아이는 큰 나무로 자랄것이다. 아이가 큰 나무로 자라 좋은 숲을 이룰때까지 단단해지자. 약해지지 말고 깨지지 말자.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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