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HD를 키워본 부모만 아는 감정이 있다. 내가 정말 나쁜 부모라는 생각이다. 아이가 하는 행동들이 ADHD인 것을 뻔히 알고 그래서 이해해줘야하는 것 역시 알고 있지만 도저히 참을 수 없을 수 없게 되는 포인트가 있고 그때 폭발해버리고 나서 오는 후폭풍 같은 것 말이다.
대부분의 소아정신과의사들은 말한다. ADHD의 증상은 아이가 나빠서, 일부러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너그럽게 이해해줘야하며 혼내거나 화를 내지 말라고. 그렇게 되면 아이에게 쌓이는 부정적인 피드백이 아이의 상태를 더 나쁘게 만들어 악순환이 이루어진다고 늘 강조한다.
금쪽같은 내새끼나 유명한 소아과 의사들의 유튜브를 보면 항상 나오는 말이라 볼 때마다 반성모드를 장착하곤 하지만 가끔은 정말 한 번 붙들고 물어보고 싶다. ADHD를 혹시 직접 키워보셨나요? 하루종일 컨트롤 되지 않는 아이와 같은 공간에서 지내면서 한번도 화를 내지 않고 혼내지 않을 수 있으시나요? 그렇다면 도대체 그 방법은 뭔지는 왜 제대로 한번도 어디서 다뤄주지 않나요? 하고 말이다.
그렇게 힘들면 약물치료를 시작하세요.라고 말할 것이다. 네 이미 약물은 먹이고 있습니다. 그런데 선생님도 아시잖아요? 약물효과가 24시간 지속되지 않는다는 걸요. 초등학교 1학년 아이가 먹는 이 메디키넷은 고작 6시간도 힘이 없다는 걸요. 약 먹이기 전에 등교시간과 약효가 끝난 후 오후 시간엔 도대체 어떻게 해야 아이의 충동성과 과잉행동을 줄일 수 있나요?
엄마는 보살이 아니다. 엄마도 사람이고 감정이 있다. 8살때까지 가정과 어린이집, 유치원 그리고 학교에 이르기까지 차곡차곡 쌓아온 생활습관들이 있음에도 약을 먹기전과 약효가 끝난 후엔 그 모든 생활 습관을 잔소리없이 해내기 어려워하는 아이에게 차분하고 부드럽게 다시 정리하자고 이야기할 수 있는 건 몇 번이나 될까?
약을 먹이면 완전히 달라지는 아이의 모습에 그래, 약 먹기 전에 보이는 행동들은 아이의 실수나 태도가 아니라 어려움이지. 하고 생각하다가도 매일 매일 그 실수나 태도나 반복되면 정말 참기가 어려워진다. 그럴땐 도대체 어떻해야하는 걸까?
부모의 일관성있는 태도가 중요하다는 건 안다. 늘 부드럽게 비난하지 않고 아이의 지금 상황만 해결할 수 있도록 이야기해야하는 것도 안다. 말이 길어지지 않게 짧게 지시하고 엄마의 감정이 실리지 않게 해야할 일이라는 것을 깨닫게 말해야하는 것도 안다. 이미 다 알지만 나는 로봇이 아니고 감정이 들끓는 나약한 인간이기에 한번씩은 활화산이 터지듯 터지고야 만다.
아, 오늘도 좋은 부모는 되기 글렀구나. 라는 자괴감과 내 아이에게 친절하지 못했다는 죄책감, 혼나서 풀죽은 아이에게 드는 짠함과 미안함, 앞으로 이런 날들이 얼마나 더 반복될지 모른다는 공포감 등 다양한 감정들이 뒤섞여 홀로 남은 빈집에서 스스로를 자책하게 되버리는 나를 돕기 위해 아이가 만드는 극심한 스트레스 상황을 맞닥쳤을 때 그 순간을 어떻게 관리하면 좋을지에 대해 공부해 본 것을 정리해본다.
1. 가장 쉽지만 어려운 심호흡을 하라.
느리고 깊은 호흡에 집중하자. 적어도 세 번은 코로 깊게 들이마신 숨을 배 끝까지 넣고 몇초간 참았다가 아주 천천히 조금씩 입을 통해 내뿜자. 이런 깊은 호흡을 반복하면 신경계를 안정시키는데 도움을 준다고 한다. 실제로도 해보면 굉장히 효과적인 것을 알 수 있다. 부정적인 감정이 내뱉는 호흡과 함께 많이 줄어든다. 하지만 화가 나는 상황에서 도전해보면 느리고 깊게 숨쉬는게 얼마나 어려운지 알게 된다. 씩씩거리면서 숨을 짧게 내뱉게 되고 그러면서 더 화가 크게 난다. 무조건 파블로프의 개처럼 화나면 느리고 깊게 숨 3번을 아예 각인시키는 게 좋다.
2. 지금의 문제에만 집중하라
보통 화가 나는 상황은 앞에서 차곡차곡 쌓여온 짜증나는 상황이 팍! 터지는 것이 대부분이다. 하나하나 개별의 상황들의 짜증이 1, 2정도라면 포인트 쌓이듯이 계속 쌓여서 터지는 상황 자체는 1, 2지만 화가 나는 레벨은 9,10 레벨이 된다고나 할까? 앞에서 있던 상황들을 잘 넘겨왔다면 아이 입장에서 갑자기 터지는 엄마의 분노가 전혀 이해되지 않을 것이 분명하다. 앞 선 상황들과 연결짓거나 한꺼번에 생각하지 말고 방금 생겨난 문제상황을 냉정하게 보면서 정리하자.
3. 자리를 피하자
미칠듯 한 분노가 몸을 감쌀때는 우선 아이와 함께 있는 상황을 피하자. 화장실을 간다거나 물을 한 잔 마신다거나 안방 침대에 잠깐 앉아 있는다거나 하는 방식으로 아이와 같은 공간에서 벗어나면 10을 치솟던 분노가 2단계정도는 내려간다. 그때 1번과 2번의 방법을 동시에 사용하면 확실히 감정을 추스리기 조금 더 쉬워진다. 그리고 바로 앞에서 아이가 보였다면 바로 쏟아낼을 지 모를 가시가 돋친 말 들 역시 사전에 차단하는 효과를 가진다.
4. 10을 세어보아요
자리를 피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면(차량 이동 중이나 대중교통, 쇼핑몰 등 아이와 분리되면 아이를 잃어버릴 수도 있는 상황이라면) 1번과 2번을 동시에 구사하면서 숫자를 세어보자. 1에서 10까지 아주 천천히 숫자을 세면서 호흡을 같이 하면 머리와 눈이 좀 맑아지면서 합리적인 상황판단을 하는데 좀 도움이 된다. 그 때 스스로의 통제력을 회복하고 아이에게 적당한 수준의 지시를 통해 상황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5. 넌 할 수 있어, 라고 말해주세요
나를 스스로 응원하는 한마디를 준비해서 스트레스 상황이 생길때 속으로 되뇌이자. 나같은 경우는 "할 수 있어 넌 좋은 어른이다. 친절하게 말 할 수 있어"라고 하는 편인데 아이에게 안되는 이유나 해야하는 이유를 설명해야하는 경우가 많은데 보통 이럴때 아이의 태도나 상황에 휘말려 화를 내기 때문이다. 내 스스로 이 상황을 잘 해결할 수 있다고 응원을 하다보면 아무래도 분노를 조금은 더 잘 참을 수 있다.
6. 잠시 눈을 감자.
3번처럼 상황을 피하기 어려울 때, 그리고 보통 정리를 하지 않거나 앞에서 아이가 문제행동을 일으킬 때(막 짜증을 내거나 할 때) 잠시 눈을 감고 고요하고 차분하고 잔잔한 것을 떠올려보자. 무언가를 떠올리기 힘들다면 그저 눈을 감고 조금 먼 곳을 바라본다고 생각하면서 까만 공간에 집중하는 것 만으로도 분노가 조금 줄어든다. 거기서 더 나아가 머릿속으로 본인의 취향껏 고요하고 차분하고 잔잔한 것을 생각해내보자. 나같은 경우는 아주 잔잔한 호수를 떠올려보려고 노력해본다. 그럼 조금 머리속이 차분해진다. 물론 숨 쉬는 것과 숫자 세는 것까지 함께 하면 더 빠르게 차분해진다.
7. 스트레스 해소 대상을 손에 쥐자
옛 어른들이 손 자극을 준다고 지압볼 들고 다니시는 걸 이해하지 못했다. 그런데 스트레스 받을 때 무엇인가 그걸 전환할 수 있는 대상을 들고 다니면서 손에 자극을 주변 스트레스가 해소된다고 한다. 주머니에 작은 공이나 피젯스피너, 아니면 정말 차키라도 넣어서 화가 나면 만지작거리거나 누르거나 하자. 스트레스에 대한 물리적인 배출구가 될 수 있어서 집중력을 높이고 분노를 해소하는데 도움이 되어 아이에게 쏟아낼 독한 말들이 줄어든다.
분노 사전 차단 법: 유머 makes Good Mom
분노가 치밀기 전에 사전에 막을 수 있는 제일 좋은 방법은 유머이다. 스트레스가 마구 쌓이는 상황에서 구사하면 큰 대폭발을 사전에 막을 수 있는 방법이랄까? 물론 쉬운 것은 아니지만 확실히 아이도 나도 분노에서 쉽게 벗어날 수 있다. 집안을 엉망진창으로 만들었을 때 분위기를 험악하게 만들기보다는 "아기 돼지 삼형제야? 돼지가 집 지은거 같은데? 늑대가 오겠어?"이런 식으로 좀 재밌게 이야기를 하며 치우자고 유도하면 아이의 짜증을 사전에 막을수도 있고 나도 마음이 조금 말랑해지기 때문이다.
ADHD 아이를 키우는 건 정상발달 아이를 키우는 것보다 10배는 힘들다고 한다. 우리의 분노는 사실 당연한 것이라는 말이다. 오죽하면 ADHD아이를 키우는 부모에겐 우울증이 생길 확률이 훨씬 높다고 할까?
하지만 분노로 아이를 키울 순 없다. 우리는 아이를 바르고 긍정적으로 키워내야할 의무가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매일매일 아이에게 하는 양육태도는 아이에게 매일매일 쌓여 아이의 내일을 만든다. 그러니 분노로 내 아이의 내일을 망칠 순 없다.
적어도 아이에게 분노로 휩싸여 폭발한 엄마가 아닌 차분하게 더 나은 길을 보여주는 엄마가 될 수 있도록 오늘도 노력해보기로 한다. 화내지 말자. 숨을 쉬자. 숫자를 세자. 눈을 감자. 그렇게 더 나은 방법으로 아이와 내일로 가자.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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