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이의 행동, ADHD때문일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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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HD와 A

내 아이의 행동, ADHD때문일까? 아닐까?

by 쌤쌔무 2023. 3. 31.

ADHD라 더 특별한 너

말을 안 듣고 짜증을 내고

떼를 부리고 우기고 화를 터트리고...

ADHD 판정을 받기 전,

A가 저런 행동을 보이면 

'도대체 왜 저러지?

 

남자애는 키우기 어렵다더니 그런 건가"하는 

생각이 많이 들었던 것 같다.



사실 또래보다 

 

키우기 많이 어려운 녀석은 아니었다.

풀 배터리 검사 결과로는 

 

꽤 예민한 아이로 나왔지만

나는 키우면서 예민한지 잘 몰랐었다.

신생아 때부터 누워서 자지 않았고

안아서 재우다가 잠들면 

 

숨을 멈추고 아주 천천히 내려놓고

고양이처럼 살금살금 빠져나와야

 

 겨우 재울 수 있었지만

첫 아이니까 다 그런 줄 알았다.

둘째를 키워보고 다 그런 건 아니고 

 

그냥 누워서 토닥거리면 

스르르 잠들 수도 있는 거라는 걸 알았지...



원하는 반찬만 먹고 싶어 하고 

 

맘에 안 드는 음식을 먹다가

토하거나 통으로 뱉어버리는 일들이 잦았지만

나도 어릴 땐 편식했고 

먹어야 놀 수 있다고 하면 

 

마지막 한 두입은 억지로라도 먹었으니까

큰 문제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둘째는 먹고 싶으면 먹고 아니면 

 

아예 입도 안 연다만

A의 경우엔 구강이 민감한 편이었던 것 같다.

 



말을 워낙 빨리했기에 

 

본인의 요청사항을 명확하게 해주니

엄마 입장에서는 

 

해달라는 대로 해주면 되니 편했고

어릴 때부터 한계설정을 잘해 놓은 덕에

TV 보는 시간이나 위험한 행동 등으로 

 

크게 고생시키지 않았다.



하지만 6세가 넘어가면서

자아가 확립되어가고 

 

동생이 본인의 영역을 침범하고

하지 말아야 하는 규칙들이 늘어나니

A는 엄마를 점점 힘들게 만드는 아이로 

 

변해가고 있었다.

7세가 되고 동생의 행동반경이 넓어지고

한글 교육이라는 

 

큰 산을 넘어야 한다는 압박감이 주어지면서

더 문제행동들이 크게 두드러지기 시작했다.

앞선 포스팅에서 말했던 

 

수업 중 꼼지락거리기, 동생에의 폭력성,

엄마·아빠에 대한 반항 등등이 그것이다.



ADHD 판정을 받은 초기엔

아, 그래서 그랬구나하고

 

무언가 하늘에서 빛이라도 내린 듯

아이의 모든 행동의 이유가 

 

한 번에 풀어지는 기분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약을 먹고 

 

약효가 있는 시간과 없는 시간으로

하루가 몇 조각나고 보니

아이의 모든행동을 

 

ADHD를 원인으로 돌리기는 어려워졌다.



아이가 가끔 분노발작이라고 

 

말할 만큼의 화를 낼 때가 있었다.

물론 약효가 없을 때의 이야기다.

약효가 없을 때면 

 

ADHD에 지배당하는 상태니까

그런 과한 행동은 

 

역시 주의 집중력이나 떨어지고 

 

충동성이 높아서이기도 하겠지만

다 그것 때문만은 아니었다.



A는 

 

엄마·아빠와 함께하는 놀이를 좋아하는 아이다.

1. 자신이 하고 싶은 놀이를 

 

2. 엄마나 아빠를 참여시켜

3.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놀고 싶은 게 보통인데

이 세 가지 모두 다 충족시켜 논다는 상황을

 

만드는 게 쉽지 않다.



엄마·아빠가 바쁘거나 

 

하고 싶은 놀이할 여건이 안 되는 시간이나 공간,

그리고 놀이를 하다 보면 생겨나는 변수로

아이의 마음의 방향대로 

 

놀이가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늘 생겨나고

이럴 때마다 아이는 분노를 터트린다.



약효가 있을 때는 

 

상황이나 시공간의 문제를 

 

이해하고 넘어가 주지만

약효가 없을 때는 울고불고 

 

짜증을 내고 혼이 나서야 

 

조용해지기 일쑤였다.



이런 상황이 자주 반복되면 될수록

처음엔 역시 ADHD 아이는 

 

키우기 힘들지, 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놀이치료 선생님과의 상담에서

아이가 분노까지 가는 과정을

 

한 번 글로 적어보고

어떤 대화가 오갔는지 

 

정리해보라는 조언받고

그대로 시도해본 결과, 

 

그것은 아이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되었다.



아이의 마음과 놀이를 못 하는 

 

상황은 그대로인데

그걸 못하게 되는 상황에서 

 

나의 말과 행동에 따라

아이의 반응은 

 

하늘과 땅으로 달라진다는 걸 알게 되었다.



내 컨디션이 좋지 않고 일이 많거나 할 땐

아이에게 고운 말로 거절하기가 참 어렵다.

그럴 때 마다 아이에게 

 

나의 피곤함과 현재 상태를 

 

이해해줄 수 없냐고 되묻고 거절하면

아이는 끝도 없이 다시 매달리고

나는 또 거절하면서 

 

핑퐁처럼 반복되다가 아이는 분노로 넘어갔다.



하지만 내가 진짜 마음을 담아 

 

미안한 마음을 표현하고

지금 놀 수는 없지만 

 

특정 시간과 장소에서 함께 놀 수 있을 만한

 

대안을 제시하고

그 약속을 지키면 

 

아이는 서운해하긴 했지만 분노하진 않았다.



기분이 태도가 되면 안 된다는 

 

가장 기본적인 사실을

늘 인지하고 

 

일할 때는 꼭 지켜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아이 앞에서는 

 

그냥 날 것의 내 모습이 나온다는 것...

이것이 육아의 가장 힘든 점인 것 같다.



그걸 깨달은 이후부터는

아이에게 

 

최대한 화와 짜증을 내지 않기로 노력하고 있다.



ADHD 엄마는 보살쯤이 되어야 

아이를 바르게 키울 수 있다던데

보살까지는 아니어도 

 

그냥 좀 친절하고 다정한 엄마까지만

될 수 있도록 

내 마음과 몸을 더 건강하게 유지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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