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달내내 A는 잠을 못 들고 거의 11시까지 방문을 열고 들락날락 거리면서 내 속을 태웠다. 옆에서 재워주면 그나마 잘 자지만 8살이나 된 녀석을 계속 재워줄 수는 없고 혼자 스르륵 잠 드는 것을 기대하며 다시 방으로 돌아가라고 했지만 적어도 2번 이상 많을 때는 5번 이상 나와서 결국 화를 내며 그냥 가만히 누워 있으라고 소리를 지르게 되버렸다. 아니면 그냥 잠이 올때까지 방에서 뭘하든 니 마음대로 하라고 하면 종이접기니 건담을 다 꺼내놓고 엉망진창인 채로 잠드는 일도 자주 일어나 못 자는 제 녀석도 힘들었겠지만 그 꼴을 보고 있는 내 마음도 참 힘들었다.
수면에 도움을 준다는 마그네슘이라 테아닌 성분의 영양제를 한꺼번에 제공하기 시작했지만 눈에 띄는 변화는 없었는데 갑자기 새로운 생각이 떠올랐다. 아빌리파이를 저녁에 먹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었다.
A는 메디키넷+아빌리파이+졸로푸트 조합으로 약을 처방받고 있는데 평소에 다니던 약국에서는 세종류의 약을 한 봉지에 담아서 줘서 아침 등교시간 전 8시에 약 3알을 동시에 먹이고 있었다. 그런데 저번 처방에서는 약국을 헷갈려서 다른 곳으로 가는 바람에 메디키넷은 박스채로 받고 아빌리파이와 졸로푸트는 한 봉지에 담아줬다. 불편하다고 궁시렁대면서 왔는데 메디키넷을 주말에 단약하다보니 의외로 나쁘지 않았다. 그러니 저녁에 아빌리파이를 따로 먹여도 별로 귀찮은 일이 생기지 않을 것 같았다.
애초에 아빌리파이 처방을 받았을 때 아이가 졸려할 수도 있으니 저녁에 먹여보다가 아침에 한 번 시도 해서 괜찮으면 아침에 먹어도 된다는 의사의 말에 몇번 저녁에 먹이다 바로 아침에 먹이기 시작했었다. 졸음을 유발하는 약이라면 지금처럼 밤에 잠을 이루지 못할 때 오히려 더 도움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면서 바로 시도해보기로 했다.
아침에 먹이고 다시 그날 저녁에 먹으면 무리가 있을 것 같아서 동생네집에 놀러가서 자고 온 날 아빌리파이와 졸로푸트를 아예 하루 반나점 건너뛰고 자기 전에 먹였다. 그 덕에 아이의 분노가 폭발해서 푸드코트에서 그 난리가 있긴 했지만 그날 이후로 A는 자러 들어가서 다시 나오는 일이 없다. 현재 일주일 가까이 매일매일 그렇다.
하루 이틀 사이엔 아이가 피곤해서 그런가 싶었는데 영양제 복용시간은 전혀 달라지지 않았고 다시 평일 학교루틴의 체력소모는 비슷한 수준일꺼라서 잠을 잘 자는 건 확실히 아빌리파이 복용 시간대를 바꾼 것 덕분인 것 같다. 확실히 영양제는 영양제고 처방약은 처방약인 모양이다. 난리 부르스를 치면서 온갖 영양제로도 해결이 안되던 문제가 처방약의 복용시간만 바꿨을 뿐인데 너무 해결되어 오히려 허탈할 지경이다.
확실히 잠을 잘 자고 일어난 아이는 하루종일 덜 예민하다. 아침에 메디키넷을 먹기 전임에도 불구하고 나의 지시를 꽤 잘 따라주는 편이고 낮에 공부를 하자고 하거나 저녁시간을 보낼때도 수면부족에 시달리던 시기보단 더 수월한 편이다. 확실히 수면의 양과 질이 아이의 일상에 큰 영양을 미치는 것 같다. 그동안 화를 참지 못하고 터뜨리던 일들도 수면시간과 관계가 있었던 것 같아서 앞으로도 쭉 지켜보면서 다시 수면문제가 생기나 체크해 볼 생각이다.
A와 비슷한 조합으로 약을 오전에 복용하면서 쉽게 잠을 못 드는 ADHD아이를 키우고 있다면 아빌리파이만이라도 저녁에 시도해볼 것을 추천하겠다.
'ADHD와 A'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학부모 참관 수업을 다녀오다.(선생님의 마음을 이해하게 되다) (0) | 2023.06.14 |
---|---|
놀이치료, 효과가 보이기 시작한다.(ADHD아이 놀이치료 1년 후기) (0) | 2023.06.05 |
놀이치료와 사회성 그룹 치료비가 인상된다.. (0) | 2023.05.31 |
A에겐 또래친구와의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해. (0) | 2023.05.29 |
A의 꿀잠을 위해 먹이는 영양제들(아이허브 ADHD영양제/포커스팩터/마그네슘/철분제) (0) | 2023.05.27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