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치료를 시작한 지 1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아이가 놀이치료를 통해 나아진 점을 딱히 크게 못 느꼈었는데 얼마전부터 아이의 개선된 점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어떤 점이 고민이었고 어떤 점이 나아졌는지 써보려고 한다.
놀이치료를 시작하게 된 A의 문제들
자신의 놀이를 방해하고 영역을 침범하는 동생에게 분노를 떠나 적개감까지 느끼던 모습과 집에서 보드게임 등을 할 때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지 못하거나 원하는 방향으로 풀려나가지 않았을 때 화를 내고 게임 진행을 멈춰버리는 모습 등이 고민이었다. ADHD를 의심하던 시절에 집안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문제 이기도 했다. 소아정신과 진료를 받기 전부터 이 부분에 대한 고민이 있었기 때문에 놀이치료를 먼저 시작했던 이유이기도 하다.
자기가 만들던 레고나 공작물에 동생이 가까이오기만 해도 동생에게 소리를 지르고 밀치는 등의 거친 행동과 평소 동생이 싫다는 소리가 반복되는 것, 동생이 자신의 완성물을 만졌을 때 참지 못하는 것(부시거나 망가뜨리는 수준이 아니고 그저 호기심에 만져본 것 뿐인데도 그랬다.), 평소에는 관심도 없는 장난감이지만 동생이 만지면 바로 그 장난감을 뺏어서 자기가 가지고 놀려고 하는 점 등이 동생과의 가장 두드러진 문제였다.
그리고 나, 남편과 함께 블루마블 등의 게임을 했을 때 자신이 원하는 서울을 사지 못하면 울분을 토한다거나 자신의 순서를 기다리기 어려워하는 것, 주사위를 굴려 원하는 숫자가 나오지 않았을 때 좌절을 너무 크게 해서 결국 울음을 터뜨리는 점, 게임을 끝까지 진행하기 힘들정도로 자기보다 다른 사람이 앞서나갈 때 분노하고 짜증을 하는 점, 가족과 함께 축구 등의 공놀이 등을 할 때 자신만 독점하고 다른 사람에게 기회를 주지 않으려고 하는 점, 자신이 유리한 쪽으로 계속 규칙을 바꾸려고 하거나 규칙을 무시하려고 하는 점 들이 7살이라고 하기엔 너무 심하게 느껴지는 것 역시 놀이치료를 시작하게 된 이유라고 볼 수 있다.
1년의 놀이치료 후 달라진 A의 행동들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동생에 대한 적개심이 사라졌다는 점이다. 놀이치료를 할 때 선생님께 "동생 C 는 무자비해요" "동생이 없어졌으면 좋겠어요"라고 하던 A는 요새 선생님께 동생에 대한 이야기를 거의 하지 않는다고 한다. 가끔 선생님이 동새에 대해 물어보면 "좀 귀여워요" "웃겨요"라고 한다고 한다. 동생이 말귀를 좀 알아들을 나이가 되기도 했고 요새는 놀이를 본인 방에서 혼자 안전하게 할 수 있도록 해준 덕분도 있어 보이고 놀이치료에서 선생님이 동생에 대한 긍정적인 강화를 많이 해주신 덕도 있는 것 같다.
그리고 동생과 놀아주는 시간도 부쩍 늘었는데 그전에는 같이 놀기보다는 동생이 노는 것을 뺏는 입장만 있었다면 요새는 동생이 노는 것을 지켜봐주며 놀이를 도와주기도 하고 자신이 고안한 놀이에 동생을 참여시키는 일도 늘어났다. 물론 동생이 그만큼 큰 덕도 있겠지만 놀이치료시간에 놀이를 할 때는 타인의 속도를 배려해야한다는 점을 계속 알려주고 있어서 그 부분이 도움이 된 것 같다.
그리고 얼마전 아이와 블루마블을 오랜만에 새로 하게 되었을 때 아이의 달라진 점을 정말 크게 느꼈다. 그전과는 게임을 진행하는 방식과 태도돠 100% 달라져 있었다. 자신의 순서를 잘 기다리는 것은 물론, 자기가 가지고 싶다고 여겼던 서울을 다른 사람이 구매해도 어쩔 수 없지~ 하는 넉넉한 태도로 받아들여주기도 하고 다른 사람 도시에 걸려서 사용료를 내야하는 상황에서 예전같았으면 분노를 터뜨렸을 상황인데도 아쉬워하기만 하고 게임 진행에 전혀 방해되지 않게 자신의 벌금을 다 지불하는 모습을 보였다.
다른 아이들 같았으면 이게 뭐? 당연한거 아닌가? 하겠지만 ADHD라 자기조절능력이 떨어지고 충동성이 높은 A가 주말단약 중에 보여준 모습이기 때문에 굉장히 감동했다. 아이와 보드게임이 스트레스가 아닌 즐거운 시간으로 느껴지기는 거의 처음었기 때문이다. 아이와 보드게임을 할 만한 나이때부터 동생이 태어나 시간적 여유가 적었고 ADHD 성향이 두드러지면서 아이가 하고 싶다는 보드게임은 우리부부에게 스트레스받는 숙제처럼 느껴지는 점이 많았다.그런데 이번에 아이와 게임을 할 땐 게임이 숙제가 아닌 즐거운 시간처럼 느껴졌다.아이는 결국 게임에서 졌지만 전혀 화내지 않았고 즐거운 기분을 유지한 채 다음에는 더 잘하겠다는 다짐을 하며 마무리할 수 있었다. 아, 이렇게도 게임을 할 수 있구나. 울고 불고 다시는 안 해! 라고 아이에게 화낼 필요 없이 아이도 나도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는 만족감을 가지면서 게임을 마무리 할 수 있구나, 하고 좀 놀랐다.
놀이치료만의 효과라고 보긴 어려울 수도 있다. 아이도 아이의 전두엽도 어느정도는 자라났을 것이니까. 하지만 놀이치료가 아이가 게임을 즐길 수 있게 도와준 부분은 확실히 있는 것 같다. 규칙을 지키고 상대방을 배려하는 법을 내가 일일히 붙들고 가르치진 않았기 때문이다. 여전히 일상생활에서 약기운이 없을 때는 충동성도 높고 좌절되었을 때의 분노는 남아있지만 적어도 규칙이 정해진 게임 안에서는 즐거우려고 하는 게임이니 화를 내거나 짜증을 낼 필요가 없다는 점을 깨달아준 것 같다.
아이가 자랄수록 더 많은 문제점이 나타나겠지만 놀이치료나 약물치료가 해결해주는 부분도 이렇게 생겨난다고 생각하니 치료를 멈추지 말고 열심히 더 도와주어야겠다. 비록 놀이치료비용이 확..올랐지만 말이다. 이러니 그만둘 수가 없네...
2023.05.08 - [ADHD와 A] - ADHD아이에게 약물보다 더 효과적이고 확실한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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