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학부모 참관 수업이 있는 날.이미 약을 먹고 있기 때문에 수업중에 큰 문제가 없을꺼라고 생각해서일까 별 생각없이참관수업을 들으러갔다가 많은 생각을 하게 된 날이다.
25명의 아이들로 구성된 반에 남자아이들은 13명정도. 그 중에 수업에 집중하는 아이는 6명 정도되어 보이고 수업을 집중적으로 방해하는 아이는 3명, 지속적으로 딴 짓을 하는 아이는 2~3명 정도였다. 그리고 A가 있었다.
약을 먹은 상태이지만 엄마가 학교에 있다는 사실에 흥분을 감추기 어려워하는 A는 그래도 나름 수업에 잘 집중하는 모습이었다. 선생님의 설명을 놓치지 않으려고 집중하다가도 엄마와 눈을 마주치고 싶어하는 게 딱 1학년스러웠달까?
발표를 좋아하는 아이라 아무도 손을 들지 않을 때 먼저 발표하겠다고 나서서 선생님을 도와주기까지 해서 좀 대견했다. 다만 발표할 때 자기가 쓴 글을 또박또박 읽어야하는데 너무 조그맣게 써서 제대로 읽지 못해서 아쉬웠다. 그래도 그런건 조금씩 나아지는 거니까 그 정도면 잘 했네 싶은 마음이다.
다른 친구들의 발표에 질문도 적절하게 하고 수업이 길어져서 지루할만도 한데 얌전히 자리에 앉아서 버티는 것도 대견했다.(원래도 착석문제는 없던 아이지만 손발은 가만히 못 있는 아이였다.) 대신 그걸 참는거+메디키넷으로 인해 불안도가 높아지는 시간대에 가까워오자 책상에 놓인 발표용 종이 네 귀퉁이를 계속 만지막거리면서 동그랗게 말아대는 모습이 보여서 좀 안쓰러웠다. 불안도를 낮추기위한 행동인거는 아는데 엄마입장에서는 확실히 거슬리는 행동이다.
그리고 옆자리 친구가 발표에 자신이 없어하는 모습을 수업 시간 내내 보였는데 그걸 보면서 달래주거나 힘을 북돋아주면 좋겠네, 라는 나의 마음과 달리 "왜 그래?" "너 왜 이렇게 땀이 나?" "이제 니 차례야!"하고 무심하게 말하는 모습에 조금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다른 사람의 사정을 헤아리는 건 아직 A에게 어려운 일인 것 같다. 이 부분때문에라도 사회성치료를 놓을 수는 없겠다 싶다.
다만 발표주제가 가족에 대해 고마운 마음이었는데 갑자기 몇일전 아빠에게 들었던 큰 할아버지가 6.25에 참전하셨다가 국립현충원에 계신다는 이야기가 떠올랐는지 군인 모습을 그려놓고 나라를 지켜준 큰 할아버지에게 고맙다고 그림과 글을 쓴 게 조금 답답하게 느껴졌다. 다른 아이들은 태어나게 해주셔서 엄마 감사해요,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주셔서 고마워요, 아플때 간호해주셔서 고마워요, 이런 내용이었는데.. 내용이 아주 틀렸다고 볼 수는 없는데 자기가 하고 싶은 내용(군인 그림 그리기)에 꽂혀서 그린 느낌이라 이걸 창의적이라고 해야하나 애매하다. 확실히 남들과는 다른 시각이 있는 특별한 녀석이다. 처음부터 A가 수업을 못 따라가거나 방해할꺼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고 내가 아이에 대한 기대감이 여전히 너무 높은 탓인가 싶어진다.
수업시간에 지속적으로 선생님께 말대답을 하거나 분위기를 흐리는 아이가 있었다. 그것도 셋 씩이나. 한 아이는 책상에서 거의 일어난 채로 수업을 받았고 다른 한 아이는 의자를 앞뒤로 흔들거리며 앉아있었고 다른 아이는 공을 넘기면서 걸리면 정답을 말하는 게임에서 옆자리 아이에게 공을 던져 얼굴에 맞혀버렸다.
3명의 아이가 한 마디씩 던지는 실없는 소리와 버릇없는 말, 그리고 수업을 방해하는 행동들 때문에 다른 아이들은 엄청나게 피해를 보고 있었다. 친구들의 그림실력을 가지고 못된 말을 한 아이 때문에 아이와 아이의 엄마는 얼굴이 굳었고 맞은 아이의 엄마는 우는 아이를 보며 화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그리고 그 아이들의 수업 방해때문에 아이들의 제대로 발표할 기회를 놓치고 급하게 수업을 마무리 할 수 밖에 없었다.
학부모 참관 수업을 해보고 나서야 A가 약을 복용하지 않고 수업을 받았을 때 왜 선생님이 바로 약을 먹여달라고 했는지 알 것 같았다. 이미 관리해야할 아이들이 너무 많아서 A까지 관리가 안되버리면 수업 자체가 진행되기 어려울 것 같아 보였기 때문이다. 수업이 끝날 때 "보셨죠 어머님들? 저희가 이렇게 수업을 한답니다. 조금 정신없고 그래도 점점 나아질꺼에요. 6학년되면 다 좋아져요"라고 웃으면서 말하는 선생님이 안쓰러워보이기 까지 했다.
나는 A의 집중력문제 뿐만 아니라 내 아이가 누군가에 피해를 주고 그에 대해 부정적인 피드백을 받는 것이 싫어서 약을 시작한 이유도 있다. 마찬가지로 내 아이가 그런 문제로 누군가에게 피해를 보는 것도 원하지 않는다.
참관 수업을 듣고 나니 A에게 미안해지기까지 한다. 사실 A는 누구에게도 피해를 주지 않고 있는데 부작용을 참아가며 약을 복용하고 있지 않는가.. 자기 자식에겐 누구나 더 너그러워진다는데 나는 너무 엄격한 기준을 세웠던 것인가 다시 생각해보아도 그런 것 같지는 않다.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는 행동은 멈추어야하고 그것을 가르치고 그렇게 조절하도록 도와주어야하는 것이 부모의 역할이니까.
어리다고 남자아이라고 그러다 좋아진다고 다른 아이들의 학습권을 침해할 권리가 있을까? 오늘 본 3명의 아이들의 부모님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A가 약을 이미 복용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어떨까? 무언가 생각이 멈추지 않는 오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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