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하루는
메디키넷의 약효가 있는 시간과 없는 시간으로
두 동강이 나 있다.
약효가 있는 대부분의 시간은
학교에서 보내기 때문에
그 시간동안에는 아직 어린이집에 가지 않는 둘째 C를 돌보며
집안일과 나의 업무를 처리한다.
(프리랜서로 업무가 생길때마다 처리하는 식이라
매일 바쁘진 않다.)
그리고 A가 약효가 없는 시간 동안에는
C를 낮잠 재우고
A와 함께 공부하며 저녁준비를 하는 게
매일 거의 반복되는 일상이다.
메디키넷의 약효가 없는 시간=집에서 나와 보내는 시간인지라
그 시간 내내 나는
나의 지시를 수행하지 않거나
본인의 놀이가 잘 풀리지 않으면 짜증을 내거나
해야할 일 보다 하고 싶은 일을 먼저하겠다고 우기는
A와 원만하게 보내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한다.
A가 ADHD라는 사실을 알고나서부터는
감정을 폭발시키면서 화내고 받아치는 일은
하지 않게 되었지만
그래도 나는 사람이므로 참지 못하고
아이를 혼내는 일들이 자주 벌어진다.
돌아보면 참을만 했다 싶은 일인데도
내 감정을 주체 못할 일들이 종종 생겨나
왜 그런지, 어떤 상황에서 나는 화를 참지 못하는지
고민해보고 그럴만한 상황을 만들지 않거나
최소한 지금의 감정은 아이때문이 아니라
나의 상황때문이라는 걸 인지하면서
아이를 대하고 싶어
이 부분을 좀 글로 정리해보고 싶어졌다.
1. 잠이 부족할 때
적어도 7시간 이상 자고 일어났을 땐
아침에 습격하듯 침대로 뛰어드는 A의 행동에
좀 너그러워질 수 있었다.
하지만 둘째 C가 감기로 3주간 고생하고
그 여파로 나 또한 잠을 설친 기간 동안에는
아무리 마음을 너그럽게 먹으려고 해도
A가 다가오는 순간 날카로워졌다.
아침에 엄마와 함께 시간을 보내고 싶어
다가오는 A의 마음을 모르는 건 아닌데
제멋대로 쿵하고 내 품에 파고들어
내 몸 위로 올라타 "엄마 안아줘!"를 외치는 모습을
잠이 부족할 땐 참아주기 너무 힘들었다.
잠이 부족한 상태에서
아이에게 짜증을 내면
아이는 맥락없이 나의 화를 받은 거라
억울하고 속상한 마음이 확 올라가서
아침 내내 나의 지시수행이나 기본 루틴을
무시하고 제 멋대로 행동한다.
둘째가 아직 어리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부분이지만
적어도 최소한의 수면시간은 지키려고 노력해야겠다.
2. 생리 전일 때
따져보면 확실히 생리전일때
아이의 행동들을 참기가 어려워진다.
식사시간에 자리를 이탈하려한다든가
의자에 엉망진창으로 앉아있다던가 하는
매일 반복되는 행동들을
평소같았으면
"바르게 앉아볼까?'하고 회유하거나
조금만 바르게 앉아있어도
"오!! 1학년답게 완전 똑바로 앉아있는데!!"하고
추켜세워 스스로 잘 앉아있게 유도하는데
생리전에는
"똑바로 안 앉아?!"하는 말이 먼저 튀어나온다.
오히려 생리가 시작되고 나면
그나마 감정조절이 쉬워지는데
생리직전 1주일정도부터는
A의 행동이 많이 거슬리기 시작하고
생리직전 1~2일 정도는
참기가 너무 어려워서
심호흡을 몇 번씩 하면서
화내지 말자, 짜증내지 말자,
A도 그러고 싶어서 그러는게 아니다.
를 계속 되뇌어도 쉽지가 않다.
이건 얼른 폐경이 오면 되려나..싶은데?
폐경전에는 감정조절이 더 어렵다고 하니
이 부분은 어떻게 해결해야할 지
감이 아직 안 잡힌다.
3. 남편과 트러블이 있을 때
남편과 사이가 나쁜 편은 아니지만
아이를 훈육하는 관점에 대한 문제
또는 평소에 생활 태도(늦게 자는 것)로
다투는 등의 일이 있을 때는
아이에게도 날카워로지는 것 같다.
아이 앞에서는 큰소리를 내고 싸우지 말자.
라는 대 원칙이 부부 사이에 존재하는데
그 원칙을 지키기 위해
남편이 아이의 잘못된 행동을 지적할 때
올바르지 않게 아이에게 말할때 마다
목소리를 낮추고 다른 방식으로 해줄 것을 요청하는데
이럴때마다 남편은 기분나빠 하는 편이다.
내가 그런 요청을 할 때마다
본인의 권위가 떨어지는 것처럼 느껴지는 모양인데
나 역시 아이에게 좋은 방향의 훈육이 아니라
더 나은 방향으로 하자고 요청한건데
내 요청 자체보다 본인 권위를 더 앞에 두고
기분나빠한다는 점이 이해가 안되고 나 역시 기분 나쁠때가 많다.
그래서 이런 일이 가끔 생기면
아이에게 그 화살이 날아가
평소같으면 너그럽게 이해했을 일도
날카롭게 지적하거나 혼내게 되는 일이 생겨난다.
남편에게도 이 부분에 대해 함께 이야기해서
조금 더 긍정적인 방식으로 대화하고
풀어나가보자고 말한 상태라
이 부분은 좀 해결이 되지 않을까 싶다.
4. 할 일이 쌓여있을 때
나는 기본 성격상 일이 쌓여있는 것을 싫어한다.
해야 할 일이 내 발목을 잡고 있는 기분이라
해야 할 일이 생기면 바로바로 처리하고 싶어한다.
나 역시 ADHD성향이 있는 게 아닌가 싶은 부분이
딱 이 부분인데
일을 처리 해야한다! 라는 마음에 사로잡히면
다른 모든 관련 없는 일들은 나를 방해하는 일 같이 느껴져서
날카로워진다.
업무가 새로 들어오고
아이디어를 내서 정리하고 하는 데는 시간이 걸리는데
육아하면서 그 시간을 내는게 쉽지 않기 때문에
아이디어가 있을 때는 바로바로 정리하려고 노력한다.
그런데 그 때 아이의 무리한 요청을 받거나
(예를 들면 지금 당장 본인이 하고 싶은 무언가를 하겠다던가)
공부를 같이 해야하는 시간인데
공부를 하기 싫다고 버티는 상황이 생겨나면
마음이 조급해지고 머리가 복잡해지면서
확! 짜증이 치솟는다.
삶의 의미를 일에서도 많이 찾는 편이라
업무를 잘하고 싶은 욕심과 거기서 느끼는 즐거움이 큰 편이다.
그래서 그걸 방해받으면서 일하고 싶지 않은 마음이 큰 데
풀타임으로 나가 일하고 있는 남편과는 달리
나는 육아와 업무를 병행하고 있기 때문에
여기서 오는 스트레스가 좀 크다.
둘째를 어린이집에 보내고나면
오전시간에는 내가 업무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확보될테니 그때쯤에는 이 부분의 문제는 해결이 되지 않을까 싶다.
5. 약속된 루틴을 깰 때
잠 자야하는 시간에 자기 싫다고 우기거나
밥 먹을 시간에 본인이 하던 종이접기를 더 하고 싶다고 우기거나
이 닦을 시간에 거실을 뛰어다니면서 논다거나 하면
화가 올라온다.
평소에는 나름 이를 꽉 물고
"얼른 하자~"하거나
그냥 화장실 앞에만 지나가도
"오! 알아서 이 닦으려고 들어간거야?"하고
호들갑을 떨어서 스스로 행동하게 할 수 있는데
앞의 상황들과 합쳐졌을 때는
짜증력이 확 치솟아
바로 사자후가 질러진다....
어릴때부터 루틴은 잘 잡혀져 있었는데
아이가 크면서 계속 루틴을 깨려는 상황들이 반복되고
거기서 오는 스트레스가 꽤 크다.
아이도 지키기 싫어서 그러는게 아니라는 걸
이해는 하지만 어쩜 매일 매일 그러는지...
화를 참을 수 없는 상황을 정리해보니..
나는 늘 화를 잘 참을 수 없는 것 같다.
그런 사람이 늘 화를 참으려고 노력하다보니
마음이 갑갑하고 목에 뭔가가 걸린 기분이 든다.
ADHD가 아닌 아이를 키울때도
나처럼 이렇게 힘든 감정이 생겨나는 걸까?
하지만 내가 문제가 있는 엄마라
쉽게 화가 나고 처리가 어려운 걸까?
매일매일 고민이 이어진다.
그래서
다음번 A의 진료때는 나도 같이 진료를 받아볼까..
고민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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