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증의 약 메디키넷.
이미 몇 번이나 글을 써 왔듯이
수많은 부작용이 있고
지속시간 역시 아쉬울 정도로 짧지만
그래도 A와 ADHD, 그리고 나 사이에선
메디키넷은 참 고마운 존재이다.
어제 어버이날
A는 학교에서 만든 어버이날 카드를 가지고 왔다.
아주 바르고 또박또박하게
"키워주셔서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라고
빼곡하게 글이 채워져
쓰여 있는 카드를 보고
글씨 쓰기를 정말 싫어하고
게다가 줄 맞춰 쓰는 것과
길게 쓰는 걸 어려워하는 녀석이
얼마나 주의를 기울여
이 카드를 썼을지를 떠올리자
왈칵, 눈물이 났다.
A의 노력도 고마웠고
그리고 메디키넷에도 고마웠다.
학교에 가 있는 시간 동안
메디키넷은
A 를 차분하고 배려심있는 아이로 만들어주고
본인이 잘하고 싶은 공부를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
100점 맞은 시험지를 들고 오게 만들어주고
1개 정도 틀렸더라도 분노하거나 짜증내지 않고
'오늘 내가 집중력이 좀 떨어졌나봐'라고
차분하게 본인의 상태를 체크해보게 만든다.
학교에서 있었던 일들을
흥분하지 않고 조리있게 엄마에게 이야기할 수 있게 해주고
준비물과 알림장을 잊지 않고
챙기게 만들어준다.
물론 점심밥을 먹고 싶은 마음은
확 줄어들게 만들지만.
메디키넷을 얼마나 더 먹어야할지는 모르겠다.
그리고 메디키넷으로 겪고 있는 부작용도
여전히 나와 A를 힘들게 만들지만
나는 메디키넷이 고맙다.
이 작은 한 알이
과잉행동과 충동성, 부주의함에 가려진
아이의 본 모습을 끄집어 올려내줘서
고맙다.
툭하면 화내고 짜증내고
늘 억울해하는 아이가 아닌
차분하고 수업시간에 집중하고
자신이 배우고 아는 걸
그대로 꺼내놓을 수 있게 만들어줘서
참 고맙다.
먹이기 전에는 몰랐다.
이 약이
내 아이를 ADHD라는 낙인을 찍는 도구가 되겠구나
하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메디키넷은
내 아이를 도와주는 안경이라는 걸.
아이가 보고 싶은 세상을
더 또렷하고 제대로 보게 만들어 준다는 걸.
여전히 아이에게 나쁜 영향이 많을까봐
ADHD약을 두려워하는 엄마들이 많다.
그런데 조절하는 과정이 어렵고
아이마다 다르기 때문이지
약 자체는 정말 고마운 존재라는 걸
경험해보면 알 수 있다.
무조건 약은 안 돼! 하기 시작하면
전두엽이 자랄때까지
엄마는 보살이 되어야하고
아이는 불편한 일상을 버텨야한다.
다른 치료들도 도움이 되겠지만
안경을 쓰고 다른 치료까지 받으면
엄마도 아이도 좀 더 편해진다는 거.
그러니까 너무 거부감을 가지진 않아도 된다는 걸
알려주고 싶다.
물론 의사의 처방이 있어야만 먹을 수 있을테니
의사의 조언이 있다면 따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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