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는
처음 소아정신과 진료를 받으러 간 날
의사와 상담을 진행하기 전
CAT 검사를 받았다.
방문 이유를 묻는
간호사의 질문에
주의 집중력 장애가
의심된다고 먼저 말했기 때문에
의사 입장에서는
미리 확인해본 후 아이를 만나고 싶다고 했다.
그래서 아무 준비 없이
병원 내 검사실에 아이를 밀어 넣고
잘하려나... 하면서
한참 마음을 졸였던 기억이 있다.
풀 배터리 검사의 경우
일부러 엄마들이 좋은 점수를 받기 위해
관련 문제를 푼다는 분들도 계시더라.
하지만 나는
그런 준비까진 필요 없다고 생각했다.
(굳이 몇십만원 들여서 받는 검사를 위해
검사 오염을 무릅쓰고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나..
물론 풀 배터리 검사 전에
준비해야 할 것들은 있다.
그것도 나중에 다뤄보기로 한다)
CAT 검사는
사실 뭘 준비할 수도 없는 검사라
그냥 잘하고 나왔으면 좋겠다?
이런 마음으로 받았다.
CAT 검사를 검색해보면
CAT, 종합주의력 검사는
만4세~만 49세까지의 아동 및 청소년
그리고 성인의 주의력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검사입니다. 라고 쓰여있다
그렇다면 주의력이란 뭘까?
A는 좋아하는 레고나 건담 등을 맞출 땐
2시간도 안 움직이고 그대로 같은 자리에 앉아서
초집중한 채로 조립을 할 수 있다.
좋아하는 책을 읽을 때도
몇 권씩 앉은 자리에서 읽어달라고 조르며
좋아하는 영화나 TV 프로그램을 볼 때도
역시 멈추지 않고 틀어주면
2시간을 그대로 앉아있을 것이다.
문제는 우리가 아는 주의력은
뭘 할 때 안 움직이고
거기에 몰입하는 것이란 뜻인데
주의집중력장애 ADHD 에서의 주의력이란
그 뜻이 다르다는 것이다.
"주의력이란
원하는 정보에 관심을 기울이고,
문제 해결을 위해 지속해서 집중력을 유지하며,
때로는 목적에 따라
필요한 자극으로
주의력을 전환할 수 있는
뇌의 고등 기능을 의미합니다."
좋아하는 것만
선택적으로 주의집중 하는 게 아니라
본인이 싫어하거나
귀찮은 것이라도 중요한 것이라면
지속해서 집중력을 유지하며
문제해결을 하려고
노력할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인데
이게 7세 넘어 8세쯤 되면
슬슬 자리를 잡아서
아이들이 8세가 되면
학교에 갈 수 있게 되는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A와 같은 ADHD 아이들은
이런 주의력이
본인 좋아하는 것에서는 높게 유지되지만
본인이 관심 없는 것에서는
아예 작동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많은 ADHD 책에서 밝히듯
우리의 주의력 스위치는
다이얼처럼 되어 있어서
필요한 부분이 있으면 다이얼을 돌려
그 부분에 주의력을 키울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ADHD 아이들의 주의력 스위치는
버튼 형식으로 되어있던 셈이라
관심 있으면 켜지고
관심 없거나 싫으면 꺼지는 형식이라
아이를 키우는 부모 입장에서는
미치고 까무러칠만한
답답한 상황이 매우 자주 연출된다.
이미 정상 발달을 거치고 있는 아이라면
이 CAT 검사는 아이 컨디션이 나빠도,
기분 나쁜 일이 있었어도
보통 정상으로 나오게 마련이란다.
하지만 ADHD 아이들은 약을 먹고
그 약효가 지속되는 시간이 아니라면
어디 한 부분이라도 문제가
두드러지게 나오게 되어 있다고 한다.
CAT 검사의 설명을 보면
"종합주의력 검사(CAT)는
각기 다른 방식으로
단순 주의력, 선택주의력, 지속 주의력,
분할주의력, 작업기억력 등
5가지 종류의 주의력을 다양하게 살펴봅니다.
이를 통해 각 주의력의 수준을 파악할 수 있고,
주의력 결핍 여부를 평가할 수 있습니다."
라고 설명되어 있는데
그래서 몇 가지의 검사가
다양한 방식으로 진행되는 것 같았다.
내가 직접 검사를 해 본 것이 아니라
명확지는 않지만
A의 설명에 따르면
버튼을 눌러야 하기도 했고
뭘 기억했다가
그걸 찾아내야 하기도 했다고 한다.
20분 정도의 검사 시간이지만
ADHD 아이의 입장에서는
평소에 주의력을 활용하기 어렵기 때문에
굉장히 피곤하고 지치는 검사처럼
느껴지는 모양이었다.
단순 선택(시각),
단순 선택(청각),
억제 지속,
간섭 선택
(8세 이상의 경우엔 분할도 있는 모양이다)
이런 항목 아래로
부분별 누락오류,
오경보 오류,
정반응 시간 평균,
정반응 시간 표준 편차 등을
정상/경계/저하 등으로 표시되어 나오는데
A는 시각과 청각 부분은
정반응 시간 평균이 둘 다 저하로(나머지는 정상)
억제 지속과 오경보 오류는 저하,
정반응 시간 평균은 경계로 나왔으며
간섭 선택 부분은 경계와 저하뿐이었다.
검사 결과를 가지고
의사와 상담을 진행해보니
A는 작업기억이라고 하는 부분에
굉장히 약한 주의 집중력을 가지고 있어서
방금 말한 말,
방금 지시한 행동 등에 대해
기억하기 어려워하는 상태였다.
벗은 옷은 빨래통에 넣자
화장실 다녀왔으면 불 끄자
이런 나의 말을
번번이 무시하는 듯보였던 A의 행동은
일부러 그랬던 것이 아니라
작업기억이 떨어져서
나의 지시를 기억하기 힘들었던 것이었다.
이런 부분은
공부에서도 보였었는데
기초적인 영어단어 5개 정도를
발음만 같이 여러 번 따라 해보고
혼자 다시 말해보라고 하면
그중에 2개 정도는 절대 기억해내지 못했다.
세 번에서 5번 정도
다시 화내지 않고 가르쳐줘도
배운 당일날은
끝까지 기억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렇다고 아이가 머리가 나쁜가...?
나중에 풀 배터리 검사 결과도
이야기하겠지만
머리나 이해력이 떨어지는 아이가
전혀 아니므로
엄마 입장에서는 이 아이가 왜 이럴까... 하고
답답해 버리는 경우가 생기는 거다...
아무튼 CAT 검사로
아이의 문제점을 알게 되니
그동안 아이의 행동과
공부할 때 어려웠던 점들에 대한 의문이
조금 해소되는 느낌이었다.
물론 의문이 해소되는 것과
그래서 어떻게 도와줄 수 있는지는
또 다른 문제지만.
'ADHD와 A' 카테고리의 다른 글
ADHD로 진단받고 나서 하면 좋은 일들 (0) | 2023.03.28 |
---|---|
첫 소아정신과 진료를 받고 나서 (0) | 2023.03.27 |
소아정신과 선택하는 법 (0) | 2023.03.26 |
소아정신과 진료 비용에 대한 기록 (0) | 2023.03.25 |
소아정신과에 가기 전, 아이와 나눠야 할 이야기 (0) | 2023.03.25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