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과 ADHD(보상/중독/부모개입/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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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HD육아 TIP

게임과 ADHD(보상/중독/부모개입/시간)

by 쌤쌔무 2024. 6. 11.

ADHD라 더 특별한 너

드디어 걱정하던 날이 왔다. 7살때 ADHD진단을 받고 9살인 지금까지 A는 게임을 해본적이 거의 없다. 작년 말에 스마트폰을 사준 이후로 스마트폰을 이용해서는 본인이 좋아하는 애니메이션 영상을 보거나 좋아하는 캐릭터 사진을 저장하는 용도로만 사용해왔다. 게임은 아직 크게 관심이 없기도 했고 ADHD인 아이의 특성 상 중독이나 과몰입이 걱정되어서 최대한 미루려고 마음먹어왔었다.

 

그런데 학교 쉬는 시간에 친구들이 "너는 게임 안 하잖아!" 라며 놀이에서 배제되는 일이 생겨났다. 처음에 그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그럼 게임 말고 다른 걸 노는 친구들과 어울리자고 A를 설득했는데 점점 아이들이 게임 캐릭터역할을 나눠맡아서 노는 일들이 많아지면서 A 역시 더이상 게임을 하지 못하게 하는 게 어려워졌다. 사회성 역시 ADHD아이들에게는 취약한 부분이기 때문에 게임을 계속 제한하는 것과 사회성을 위해 아이들과 어울리게 하는 것 이라는 두마리토끼를 한꺼번에 잡기는 불가능해 보였다.

 

그래서 A의 스마트폰에 게임을 깔아줬다. 대신 아이와 몇가지 원칙을 만들었다.

 

 

 

게임과 ADHD 1. 시작부터 원칙 바로 세우기

나는 아이가 게임을 즐겁게 하길 원하지만 게임만 하루종일 하길 원하진 않는다. 그래서 남편과 아이와 함께 원칙을 만들기로 했다.

 

  1. 스마트폰 사용 시간 내에만 게임을 할 수 있다. A의 스마트폰 사용시간은 하루 45분이다. 그 시간 내에 원하는 미디어활용 및 게임 등 자유롭게 활용이 가능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얄짤없이 더 이상은 금지이다. 단, 친구나 사촌형이 놀러온 경우 같이 게임을 하고 싶다고 하면 추가로 30분 이내로만 허락해주기로 했다.
  2. 공부하기 전에는 게임과 스마트폰 사용이 모두 금지된다. ADHD 특성상 한 번 어떤 상황에 몰입하고 나면 빠져나오길 어려워한다. 그래서 공부하는 시간 전(하원 후 15분 휴식 한 뒤)에는 게임이 하고 싶더라도 하지 않기로 약속했다. 얼마전에도 게임 캐릭터를 하나 새로 받을 수 있는 보상데이라 공부하기 전에 너무 해보고 싶다고 떼를 쓰기 시작했다. 아이와 싸우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원칙을 알려주고 엄마는 너에게 원하는 걸 얻기 위해선 해야 할 일을 먼저 끝내는 걸 가르쳐주고 싶다고 감정을 덜어내고 말했더니 아쉬워하긴 했지만 금새 진정하고 책을 읽으며 기다렸다.
  3. 자기 할 일을 마친 이후에는 아이의 게임에 터치하지 않는다. 공부를 다 하고 난 뒤라면 아이가 원하는 대로 게임을 언제든지 할 수 있다. 단, 학원이나 해야할 일이 남았다면 게임을 멈추고 해야한다. 예를 들어 학원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이라면 집에서 나가야할 시간의 마지노선을 알려주고 그 안에 환복, 준비물 등을 다 챙겨놨다면 집에서 나갈 시간 전까지는 해도 무방하다. 하지만 해야 할 일이 남아있는 동안인데 게임을 켰다면 바로 끄게 한다. 처음에는 반항이 좀 있었지만 해야 할 일을 모두 마친 후에 터치 받는 일 없이 자유롭게 게임을 하고 노는 즐거움을 깨달은 이후에는 오히려 할 일을 빨리 해치우는 긍정적인 효과가 보인다.
  4. 오전 식사 시간 전, 자기 전에는 게임을 할 수 없다. 평일에는 오전 공부와 식사, 등교 준비로 바빠서 못 하지만 주말에는 종종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게임을 하겠다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오전 식사 시간 이전에는 사용을 금지했다. 일찍 시간을 다 써버리고 하루종일 게임을 못 할때 오히려 더 기분이 나빠지거나 속상해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외출 등을 통해 스마트폰 사용 시간이 남아있는 경우라고 해서 취침 시간인 9시에 임박한 시간(대걔 한 30분)에는 게임을 할 수 없도록 했다. 자기전에 스마트폰이나 미디어 사용이 아이의 취침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생각해서이다.

게임과 ADHD 2. 게임의 긍정적인 효과(보상)

게임을 허락해주고 나서 초반에는 원칙을 지키지 않으려고 하는 경우도 생기고 시간을 추가로 요청하며 떼를 부리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하지만 원칙을 세워놓고 지키니 아이도 점점 원칙 안에서 자신의 시간을 자유롭게 쓰는 즐거움을 알아가는 것 같다. 또한 가장 긍정적이라고 생각했던 부분이 있는데 바로 보상의 차원으로 게임이 효과를 보았을 때다.

 

원하는 캐릭터가 풀리는 날이면 공부시간에 정말 엄청나게 몰입해서 빨리 문제집 등을 해치워버리는 모습이 보인다. 공부를 다 해야만 게임을 할 수 있고 게다가 공부시간과 학원 가는 시간 사이의 공백이 있는데 그 시간동안 게임을 조금이라도 하기 위해서 평소보다 공부시간을 줄이기 위해 문제집 하나하나를 엄청 집중해서 빨리 풀어버린다.

 

물론 평소보다 조금 까다로운 문제가 있거나 새로운 내용을 배울 때 시간이 조금 늦어지는 것 같으면 짜증을 내는 경우 역시 존재한다. 이럴때는 짜증을 내는 동안에도 시간은 줄어들고 이런 행동이 니가 하고 싶은 일을 오히려 더 늦게 하게 만드는 일이라고 설명해준다. 약효가 도는 시간이기 때문에(콘서타+페니드를 복용 중이라 오후 2시 경 그래도 집중력이 올라오는 데 보통 공부는 그 시간쯤에 하게 된다.) 나의 말귀를 알아듣는 편이다.

 

게임과 ADHD 3. 게임의 부정적인 효과(과몰입)

확실히 게임은 부정적인 효과도 있다. A가 하는 게임은 다양한 캐릭터들이 나오는 데 기존에 다른 몰입 대상과 마찬가지로 과몰입이 매우 심하다. 게임은 하루에 고작 45분 할 수 있지만 게임에 대한 이야기는 정말 하루 종일 할 때도 있다. ADHD의 특성 중 하나인 고장난 라디오처럼 하루종일 떠든다. A에게 게임을 깔아주면서 나도 게임을 깔아서 몇번 함께 해보긴 해서 내용을 알고 있긴 하지만 정말 너무 하루종일 이야기를 하다보니 이래도 되나 싶어지긴 한다.

 

하지만 몇년을 지켜본 결과 아이가 몰입하는 대상이 있을 땐 관심이 모조리 거기 쏠려있기 때문에 그 이야기만 줄창 해대지만 어느정도 몰입이 좀 사그러들고 나면 이야기하는 양도 좀 줄어든다. 지금은 초반이라보여지니 좀 놔주는 편이다. 대신, 엄마나 아빠, 친구들에게 본인이 하는 이야기가 지루하거나 관심 없는 부분 일 수 있으니 대화를 할 때는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만 쏟아내는 것이 아니라 듣는 사람의 상황과 관심도를 늘 확인하는게 필요하다고 가르쳐주고 있다. 그나마 친구들이 다 같이 하는 게임이라 대화를 할 때 너무 겉도는 편은 아니지만 그래도 ADHD 아이의 특성 상 타인의 입장이나 태도를 읽어내기보다는 자기위주의 대화를 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늘 이 부분을 염두에 두고 아이가 깨닫도록 말해주는 편이다.

게임과 ADHD 4. 게임이 문제가 아니다. 문제는 자기조절력.

사실 만화를 처음 볼 때도 게임을 시작할 때도 문제는 게임이나 만화가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다. A는 무엇이든 관심이 있는 분야에는 앞으로도 과몰입을 할 것이고 미친듯이 빠져들어 궁금한 것을 해소하고 하고 싶은 것을 다 해보려 할 것이다. 나는 아이가 관심있어하는 분야를 고를 수 없다. 그러니 아이가 스스로 좋아하는 것을 잘 다루고 조절하는 능력을 가르쳐주는 것이 더 중요할 것이다.

 

 

내가 아이에게 가르치고 싶은 가치는 이런 것이다.

  1. 해야 하는 일을 다 하고난 후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개운한 즐거움. 할 일이 남아있는 채로 해야하는데... 를 읖조리며 시간을 보내는 그런 아이로 키우고 싶지 않다. 자기가 해야할 일을 스스로 완전히 끝내놓고 아무것도 거리낌이 없이 소중한 시간을 내가 원하는 대로 쓰는 즐거움을 알게 해주고 싶다. 이건 경험이 있어야 알 수 있는 즐거움이라고 생각한다. 공부를 마치고 게임을 할 땐 터치하지 않는 방법으로 아이가 이걸 스스로 터득하길 기대하고 있다.
  2. 해야 하는 일이 남아있을 땐 하고 싶은 일을 위해 기꺼이 참고 묵묵히 해내는 것. 1번의 가치를 느끼면 저절로 터득하게 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개운한 즐거움의 원초적인 쾌락을 느낀다면 그걸 위해 기꺼이 해야하는 일의 지루하고 귀찮고 힘듦을 참아낼 수 있을 것이다. 왜냐면 이걸 해내고 나면 다시 즐거움의 파도를 만날 수 있으니까. 

이런것만 아이가 스스로 체득한다면 공부를 하든, 게임을 하든, 스포츠를 하든 무슨 일을 하든 아이는 자기 스스로 해야 할 일과 하고 싶은 일 사이의 밸런스를 만들어낼 것이라고 믿는다. ADHD아이라고 해도 말이다.


ADHD아이들은 게임에 중독되는 경우가 일반적인 아이보다 1.5배에서 2.5배가 높다고 한다. 아무래도 충동성이 높고 자기조절능력이 부족하고 과몰입하기 쉬운 ADHD아이의 특성때문이다. 그래서 처음 시작부터 아이와 원칙을 세우고 그 원칙을 지키며 게임을 즐기도록 가르쳐주는 지도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아이마다 가족의 상황마다 맞는 원칙은 다를 수 있다고 본다. 하지만 결국 아이에게 가르쳐주고 싶은 가치를 잘 기억하고 원칙을 세워야한다는 점은 동일 할 것이다. 내 아이에게 주고 싶은 가치는 무엇인가? 단순히 게임이 주는 나쁜점만 피하고 싶은 건지 아니면 게임을 통해서도 무언가를 깨닫게 하고 싶은건지 깊은 고민을 하고 게임을 시작하게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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