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HD아이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친구와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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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HD아이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친구와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친구

by 쌤쌔무 2024. 1. 23.

ADHD라 더 특별한 너

 

사회성치료도 놀이치료도 없는 겨울방학이다. 다행히 A에겐 새로 사귄 동네친구가 있다. 이 친구는 우리집 가까이에 사는 친구인데 또래의 9살에 비해 좀 느긋하고 느릿느릿하게 말하는 귀여운 친구다. 우리집과 비슷하게 미디어제한을 두고 있고 휴대폰 등의 사용은 우리집보다 조금 더 자제 시키고 있는 듯 해서 유튜브나 쇼츠 등에서 본 이상한 단어를 내뱉거나 하는 일이 없어서 엄마 마음에 쏙 든다.

 

약물치료 외에는 다른 치료를 하지 않고 있는 대신, 이 친구와 보내는 시간을 많이 늘렸다. 학원을 같이 다니고 학원 가기 전이나 후에 서로의 집을 오가며 논다. 이사오고 다양한 친구들을 만났지만 이 친구와 있을 때 A는 과잉행동도 조금 줄어들고 충동성도 살짝은 고개를 숨긴다. 물론 둘 다 초등학교 저학년이라 자신의 감정처리나 놀이 할 때의 요구사항 등을 매끄럽게 서로 수용하긴 어렵지만 이 친구와 있을 때는 A도 자신의 요구만 관철시키지 않고 친구의 니즈를 파악하려고 노력한다.

 

 

사회성치료와 놀이치료의 성과인 것도 있겠지만 같은 ADHD인 올해 6학년인 조카 J와 놀때와 확연히 비교되는 모습이다. J의 경우에는 아직 좀 철이 없어서 이제 2학년에 올라가는 A와 놀이를 할 때도 지지 않으려고 양보하지 않거나 본인이 유리하게 게임의 룰을 바꾼다거나 해서 A의 약을 올릴 때가 많다. 그리고 아무래도 덩치가 더 크다보니 과격하게 부딪히게 노는 걸 자주 하다보니 둘 만 있으면 에너지가 매우 높고 시끄러우면 지시수행이 잘 되지 않는다. 그러면서 서로 의견이 맞지 않으면 화를 내거나 티격태격 되는 일 역시 많아서 우리끼린 농담으로 "약먹는 시간을 잘 맞춰야지 안그러면 한명은 약기운 떨어질 때고 한 명은 약 기운 있을 때이래서 주파수가 안 맞으면 싸워. 같이 짝짝꿍 맞춰서 나오자"이럴때가 많다.

(A는 메디키넷을 먹기 때문에 오후 2시전에는 매우 예민해서 본인 의견이 맞지 않으면 형아와 같이 놀고 싶어하지 않고 콘서타를 살짝 아쉽게 먹고 있는 J의 경우 저녁때 과잉행동이 올라온다. 그래서 둘 다 저녁 7시 이후에 만나면 엄청 나게 시끄러우면서 신나게 잘 노는데 낮에는 맑았다 흐렸다 한다.)

 

A의 동네친구와  사촌형 J, 그리고 얼마전 A에게 상처를 줬던 친구 등의 경우를 생각해보니 ADHD아이에게 좋은 영향을 주는 친구가 따로 있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성향의 친구가 ADHD아이에게 더 좋은 영향을 주고 어떤 성향의 친구는 피하는게 나을지 알아보고 싶어졌다.

 

 

 

1. ADHD아이에게 긍적적인 영향을 주는 친구

ADHD(주의력 결핍/과잉 행동 장애)가 있는 어린이는 이해심, 인내심, 지지적인 특성을 보이는 다양한 유형의 친구로부터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한다. 다음은 ADHD 아이의 친구로서 아이에게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는 성향들이다.

  1. 인내심과 이해심: 인내심과 이해심을 갖고 있는 친구는 아이가 ADHD와 관련된 문제를 헤쳐나가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이런 친구는 ADHD아이가 보여주는 다양한 충동적인 행동을 쉽게 참아낼 수 있으면 아이의 행동에 대한 편견 없이 ADHD아이의 발언이나 행동을 지지해줄 수 있어 충동적이고 부주의한 ADHD아이가 결과적으로 더 나은 친구관계를 만들 수 있도록 도와 줄 수 있다.
  2. 좋은 의사소통 기술: 효과적으로 의사소통할 수 있는 친구는 ADHD아이가 자신을 표현하고 사회적 신호를 이해하도록 도울 수 있다.  ADHD아이들은 부주의한 특성으로 인해 다른 사람의 의견을 곡해하거나 오해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명확한 의사소통은 오해를 예방하고 긍정적인 관계를 조성할 수 있다. 차분한 말투와 빠르지 않은 말 높이와 크기는 ADHD아이의 오해를 줄이고 과한 감정에 빠지지 않게 도울 수 있다.
  3. 공감: 공감하는 친구는 아이와 감정적으로 연결되어 어려운 순간에 위로와 이해를 제공할 수 있다. ADHD아이들은 보통 자신의 이야기에 빠져있는 경우가 많고 그로 인해 인정받거나 공감받기 어려워서 늘 인정욕구와 공감받고 싶은 욕구가 채워지기 힘든 편이다. 이럴때 아이의 이야기에 귀기울이고 잘 공감해주는 친구가 있다면 자신의 이야기를 인정받고 또 다른 사람의 이야기에도 귀 기울일 수 있는 공감은 지지적인 환경을 조성하는 데 도움이 된다.
  4. 유연하고 적응력이 뛰어남: ADHD 아이는 예측할 수 없는 행동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정해진 규칙에 갇혀있거나 본인이 정해놓은 기준에서만 움직이는 친구보다는 유연하고 변화하는 상황에 적응할 수 있는 친구라면 ADHD아이의 다양한 행동에 대해 더 수용적일 수 있고 그 덕분에 ADHD아이들이 친구관계에서 자주 느끼는 좌절감을 덜 느낄 수 있다.
  5. 포용적이고 쉽게 판단하지 않음: 포용적이고 쉽게 판단하지 않는 친구는 ADHD 아이가 스스로의 모습을 숨기거나 눈치볼 필요가 없이 스스로의 모습 그대로 우정을 쌓을 수 있다는 경험을 제공한다. 이는 긍정적인 자부심과 소속감에 기여할 수 있다.
  6. 격려와 긍정적: 긍정적인 강화와 격려를 제공하는 친구는 아이의 자신감을 키워줄 수 있다. 친구가 보내주는 긍정적인 피드백은 ADHD아이 스스로 관계에 악영향을 미치는 행동은 줄이면서 좋은 행동을 강화하고 더 긍정적인 관계를 쌓고자 노력하게 만든다.
  7. 관심사 공유: ADHD아이가는 같은 관심사를 가지고 있는 친구와 함께 좋아하는 활동을 할 때 특유의 집중력을 발휘해 더 매력적으로 보일 수 있습니다. 이를 통해 친구에게 인정받는 경험을 쌓게 되면 아이가 자존감을 높이는데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사실 이런 매력을 모두 가진, 특히나 저학년인 친구를 만나게 된다는 건 로또나 마찬가지다. 그리고 이런 친구는 누구나 친해지고 싶은 특성이므로 ADHD아이에겐 기회조차 안 오게될 가능성이 높다. A의 경우엔 정말 운이 좋게도 현재 같이 노는 동네친구가 인내심과 이해심도 많고 포용적인 편이라 A에게 참 좋은 영향을 주고 있다고 생각이 든다. A 역시  친구와의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싶은 마음에 많은 노력을 하고 있어 그 노력에 많은 칭찬을 해주고 싶다.

 

 

2. ADHD아이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친구

아이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친구만 있는 것은 아니다. 아이의 친구가 ADHD가 있는 아이에게 잠재적인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인식을 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 특정 유형의 친구나 행동은 ADHD아이에게 해로운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1. 충동적이고 위험을 감수하는 친구: ADHD가 있는 아이는 이미 충동성에 어려움을 겪고 있을 수 있다. 위험하거나 충동적인 행동을 장려하는 친구가 있다면 이러한 문제는 더욱 악화될 수 있다. A의 같은 반 친구들 중 몇명은 동네 무인문방구를 매일 들려 이것저것을 산다고 했다. A에게도 같이 가자고 했지만 A는 용돈을 제한적으로 받고 있고 원래도 본인이 무언가를 사고 싶다는 욕구가 들 때 그걸 참기 어려워하는 충동성이 있는 타입이라 일부러 학교에 갈때는 지갑을 못 들고 다니게 하기 때문에 그 아이들과는 같이 다니지 않았다고 한다. 얼마 뒤 하원길에 무인문방구에 들리지 말라는 학교의 공문이 내려왔다. 아무래도 몇몇 아이들의 손버릇이 문제가 된 듯 했다. 이렇듯 ADHD아이를 자극할 수 있는 특성을 가진 아이라면 어느정도 거리를 두는 편이 내 아이를 위해서 낫다는 생각이 든다. 
  2. 지나치게 비판적이거나 비판적인 친구: 지속적인 비판이나 비판적인 태도는 아이의 자존감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약물복용으로 개선이 되었다면 그나마 덜하겠지만 대부분의 ADHD가 있는 아이들은 이미 부모나 선생님들의 부정적인 피드백에 직면해 있을 수 있으며, 친구들마저 이런 태도를 보인다면 ADHD아이입장에서는 설 자리를 완전히 잃게 되기 때문이다. 조카 J의 경우 사회성이 조금 부족한 편이지만 같은 반 아이들의 분위기가 좋아서 친구들과 꽤 잘 지내는 편이었는데 그 반 반장이 새로 뽑힌 이후 J의 행동에 대해 많이 지적하거나 빈정대는 경우가 많았다. 이 때문에 꽤나 스트레스를 받았고 결국 다음해에는 같은 반이 되지 않도록 조치해달라고 담임선생님께 요청했다고 한다. 적어도 내 아이의 자존감을 갉아먹는 아이라면 2년 연속 같은 반은 되지 않도록 신경쓸 필요가 있어보인다.
  3. 신뢰할 수 없거나 일관성이 없는 친구: ADHD가 있는 경우 일관성과 규칙적인 생활이 증상완화에 많은 도움을 준다. 자주 계획을 취소하거나 예기치 않게 행동을 바꾸는 신뢰할 수 없는 친구는 ADHD아이에게 스트레스와 불안감을 유발할 수 있다. 얼마전 A와 놀자고 약속을 했다가 약속을 어긴 친구 역시 A에게는 악영향을 미치는 친구라고 볼 수 있다고 봤다. 얼마전 엘리베이터에서 나와 만나게 되어서 우리집에 놀러오고 싶다는 이야기를 하길래 정중하게 하지만 단호하게 같이 놀기는 어렵다고 말해줬다. 그 외에도 교실에서도 동네에서도 꽤 트러블메이커의 역할을 하고 있는 친구라 앞으로도 집을 왕래하거나 함께 노는 일이 많지 않도록 조절할 생각이다.
  4. 또래 압력 및 순응: 부정적인 또래 압력을 가하거나 건강하지 못한 행동을 따르기를 기대하는 친구들은 ADHD아이를 문제의 길로 이끌 수 있다.  또 다른 친구인 경우에는 초등학생이 쓰기에는 부적절한 단어를 쓰거나 A를 함부로 지칭하는 말로 부르거나 어른인 나에게도 제대로 예의를 갖추지 않는 태도를 보여서 또 A와 조금은 거리를 두었으면 하고 있다. ADHD 아이는 특히나 자신을 존중하는 친구들에게 둘러싸여 있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사실 똑같이 ADHD를 앓고 있는 아이가 ADHD아이에겐 좋은 영향을 주긴 어려워보인다. 충동성이고 부주의하지만 바른 가정교육을 통해 그 선을 지킬 줄 아는 아이라면 모르겠지만 미디어노출에 자유롭고 소비생활에 제한이 없으며 예절교육에 소홀하게 자라난 타입에 ADHD까지 있는 아이라면 ADHD아이에게 최악의 친구라고 말하고 싶다. 물론 아이에겐 엄청나게 재미난 친구일 지 모르겠지만 말이다.

 

 


아이의 학원이나 점심메뉴, 겨울옷 등은 엄마가 골라줄 수 있지만 사실 친구는 골라주기 어렵다. 일부러 골라준 친구라도 아이가 놀고 싶어하지 않는 경우도 많고 뜯어말리고 싶은 친구인데 아이는 죽자고 그 아이만 고집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적어도 내 아이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아이와의 교류는 좀 줄이고(학원시간 옮기기/놀이터 나가는 시간 안 겹치기/같은 반 안되도록 요청하기)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아이와의 접점은 늘리는 것이 엄마가 ADHD아이의 친구관계에서 할 수 있는 역할이 될 것이다.

 

좋은 친구는 비싼 사회성치료보다 더 효과적이라고 본다. 일주일에 한 번 40분하는 사회성치료보다 하루종일 같이 노는 좋은 친구가 당연히 아이에게 더 강력한 영향을 미칠 것 이기 때문이다. 그와 반대로 아무리 사회성치료를 몇 타임을 돌린다한들 아이를 둘러싼 친구들이 아이에게 좋은 영향을 주지 않는다면 아무 소용이 없고 오히려 아이의 상태는 악화될 수 있을 것 같다. 일부러 다들 학군지를 찾는 것도 맞벌이보다는 집에 엄마가 있어서 아이를 제대로 케어해주는 집과 놀게 하고 싶은 것 역시 그런 마음일것이라 함부로 욕할 수 없어보인다.

 

내 아이 역시 누군가에겐 나쁜영향을 주는 아이일 것이다.  ADHD가 있다면 더더욱 그럴 가능성이 높으니까. 적어도 집에서 제대로 된 가이드라인(미디어제한/용돈제한/예절교육/ADHD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생활습관 교정)을 통해 아이가 놀고 싶지 않은 아이는 되지 않도록 노력하자. 나 혼자만의 노력으론 부족하다. 당신의 아이도 내 아이도 함께 살아갈 세상이니까. 함께 힘내보자.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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