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HD아이, 초등 입학 전 공부 얼마나 시켜야 할까?(미취학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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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HD육아 TIP

ADHD아이, 초등 입학 전 공부 얼마나 시켜야 할까?(미취학 아이)

by 쌤쌔무 2023. 10. 10.

ADHD라 더 특별한 너

ADHD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의 고민은 참 끝이 없다. 폭력성이나 착석문제를 가지고 있다면 그 부분을 해결하는게 먼저이기 때문에 매일 눈물바람이겠지만 A처럼 처음부터 폭력성이나 착석문제가 없다면 그때부터는 주의집중력이 떨어지는 아이의 학업을 어떻게 도와주어야할까가 고민일 것이다.

 

나역시 ADHD 진단을 받은 1년 반쯤 전부터 아이의 학습관리를 어떻게 해야할지 골머리를 싸매왔고 지금까지도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딱히 이렇게해라마라 하기는 좀 어렵다. 1학년 아이를 키우면서 무슨 이야기를 하겠는가?

 

하지만 미취학 아이를 키우고 있는 경우라면 조금의 도움이라도 될 수 있게 나의 경험을 풀어놓을 수는 있을 것 같다. 그나마 지나와본 길이기 때문에 지도까진 아니어도 이정표 정도 될 수 있게 돌멩이라도 몇 개 내려놓는 거랄까?

 

 

ADHD아이, 7세 여름방학까지는 놀려라.

요새는 5세때부터 한글 떼고 영어배우고 하는게 워낙 유행이지만 나는 반대다. 특히나 ADHD라면. 가뜩이나 주의집중력 떨어지는 아이를 어떻게든 붙들고 한글이든 영어든 가르치는 것 자체도 엄마도 아이도 진이 빠지는 일이지만(물론 본인이 재미있어서 하이퍼포커스가 되어 혼자 뗐다면 상관없겠지만) 오히려 문자를 미리 아는게 아이의 주의집중력을 더 떨어뜨리는 일이 될 수 있다고 본다.

 

한글을 아니까 선생님 수업 시간에 교실 구석구석 글씨에 시선이 뺏긴다. 선생님 이야기를 들어야하는데 다른 데 쓰여진게 궁금해서 자리에서 일어나서 돌아다니게 될 수 있다.  그림책을 보고 상상을 해야하는데 글씨를 읽느라 상상력을 발휘할 기회를 뺏긴다. 노래를 들어야하는데 가사에 집중하느라 리듬을 잊는다. 아닐꺼라고? 당신의 아이는 ADHD다. 그럴수 있다.

 

전문가들도 말하지만 한글은 7세 가을부터 시작해도 3월 입학 전에 거의 뗄 수 있다. 만약에 문제가 있어서 못 뗀다면 그건 당신의 아이가 ADHD로 집중력이 부족하기 때문일 수 있으니 약물치료나 다른 치료를 통해 해결해줘야한다. 집중력이 부족해서 한글이 머리에 입력이 안되는 것이므로 아이를 탓해서는 안 된다. 또한 너무 일찍 한글 공부를 시작하는 것도 추천하고 싶지 않다. 공부는 자기가 하고 싶어서 해도 힘든 일이다. 어릴때 억지로 시키면 아이는 공부에 흥미를 잃고 공부를 싫어할 가능성이 높지 않을까?

 

A의 경우 6세에 한글을 한 번 시켜볼까? 했지만 둘째 출산과 양육으로 너무 힘들어서 포기했고 7세 1월부터 스마트패드를 통해 한글 교육을 시도했으나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그러다 ADHD진단을 받고 7세 가을부터 찬찬한글로 조금씩 공부해나간 결과 지금은 책을 술술 읽는다. 물론 글을 쓸 때는 맞춤법에 구멍이 많고 띄어쓰기를 어려워한다. 이것도 약기운이 있을 때와 없을 때가 차이가 크다. 하지만 학교 수업을 따라가는데는 전혀 문제가 없다. 그리고 꽤 긴 독해문제집을 읽고 문제를 푸는 것도 어려워하지 않는 편이다.

 

일부러 아이가 힘들어하는데도 한글공부를 일찍 시킬 필요가 없다는 걸 그때 깨달았다. 그래서 둘째는 자기가 스스로 깨치지 않는 한 7세 여름방학때까지는 가르치지 않을 것이다. 뭐하러 나도 힘들고 본인도 힘든 길을 가겠나.

 

영어의 경우에는 나는 따로 크게 노출을 시키진 않았고 어릴때 노부영 등 영어 책을 조금씩 읽어주기만 했다. 7세부터 파닉스를 몇번씩 돌렸지만 거의 기억을 못하고 어려워해 그냥 못해도 몇 번씩 해보자 싶어 기본 파닉스만 몇번씩 교재를 바꿔했었는데 한글를 떼고 나서 초등 1학년 여름방학이 지나가니 겨우 기본 파닉스가 머리에 좀 들어간 모양이다. 모음과 자음이 결합된 파닉스를 이제 시작한 상태인데 여전히 조금 헷갈려한다. 대신 발음을 좀 신경써서 듣게 하는데 집중하는데 발음은 꽤 괜찮아보인다.

 

그리고 1학년되면서 사고력수학과 연산을 시작했다. 요새 트렌드로 보면 조금 느린것이지만 아이가 재미있어하는 수준이라 그냥 괜찮다는 생각이다. 흥미를 잃지 않게 만드는 게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미취학 ADHD아이에게 학습보다 중요한 것 1. 착석

한글을 7세 가을에 가르치더라도 꼭 미리 해줘야할 것이 있다. 바로 착석습관이다. 1학년은 40분 수업을 하는데 40분 동안 엉덩이를 붙이는 힘은 하루 아침에 생겨나는 것이 아니다.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서 착석으로 전화를 받아본 경험이 있다면 꼭 하원 후 엄마랑 10분으로 시작해 5분씩 늘려 40분 이상 앉아있는 연습을 하는 걸 추천한다.

 

막 돌아다니는 녀석이 아님에도 10분 채우고 5분씩 늘리는게 정말 어려웠다. 그래서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매일 정해진 시간에는 무조건 앉아서 공부하기로 약속하고 한글을 시작했다. 한글을 10분하는 걸 1달정도해서 이제 적응이 된 것 같길래 그 다음에는 연산문제집을 하나 추가했고 그런식으로 조금씩 아주 쉬운 문제집을 한바닥 또는 한장 푸는 걸로 조금씩 길이를 늘려서 지금 A는 1시간 정도 공부하는 게 가능해졌다. 

 

물론 약기운에 따라서 처음에 공부를 하기 싫다고 버티거나 공부하다 한 45분쯤 되면 조금 지쳐서 속도가 늦어진다거나 하지만 그래도 1년 3개월 내내 월-금을 매일 반복한 일이기 때문에 한숨을 한 번 쉬고는 와서 앉는다. 역시 습관의 힘은 무섭다는 걸 느끼는 중이다.

 

A는 원래도 착석 문제가 없었지만 엉덩이는 가벼운 편이었는데 약물치료를 한 이후부터는 수업태도도 매우 좋아졌다고 피드백이 왔었다. 약물치료를 두려워하는 엄마들도 많은데 아이도 수업에 잘 집중해서 선생님께 칭찬을 들으면 스스로를 더 사랑하게 되고 더 나은 방향으로 갈 수 있다는 걸 알았으면 좋겠다. ADHD가 있는 아이에게 약물치료를 하지 않고 수업시간에 차분하길 바라는 건 감기에 걸린 아이에게 스스로의 의지로 콧물도 멈추고 열도 떨어뜨리라고 하는 거랑 똑같다는 걸 알면 아마 약물치료의 거부감을 줄일 수 있지 않을까?

 

미취학 ADHD아이에게 학습보다 중요한 것 2. 사회성

사실 1번이 사회성이다. 착석이야 고학년되면 나아진다고 하는데 사회성은 알아서 좋아지기 참 어려운 부분이기 때문이다.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에서도 친구들과 트러블이 있었다면 분명 초등학교 가면 더 큰 문제가 생겨난다. 더 많은 아이들과 더 좁은 공간에서 에너지를 풀지 못한 채로 몇시간씩 수업을 받기 때문이다.

 

A 역시 처음 입학하고 한 두달 동안은 수업 적응도 어렵고 선생님도 어렵고 하니 별 문제가 없었지만 몇 달 지나 긴장도 풀리고 모둠활동이 시작되니 친구들 사이에서 생겨나는 트러블앞에서 폭발해서 크게 화를 터뜨린 적이 몇 번 있었다. 물론 트리거가 되는 일들(억울한 상황)이 겹쳐서 그런 것이긴 하지만 그런 상황으로 전화가 오면 죄인이 되기 때문에 정말 맘도 힘들고 아이에게 어떻게 이런 일들을 컨트롤 하도록 도와주어야할지 막막해진다.

 

그나마 1년 넘게 듣고 있는 놀이치료를 통해 아이의 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었고 자신의 감정 컨트롤이 아직 서툰 1학년+ ADHD적인 성향을 조절하기 위해 사회성치료를 추가하게 되었다. 1학기 후 전학이라는 특수상황이 있었기 때문에 조금 더 치료에 적극적으로 나선 이유도 있었지만 놀이치료와 사회성 치료를 병행한 결과 확실히 1학년 초보다 지금은 더 친구들 사이에서 큰 어려움없이 어울리고 있다. 

 

친구사이의 배려, 트러블 상황에서의 조율, 속상한 일 앞에서의 스스로의 감정 컨트롤 등은 정상발달 아이들이라면 다양한 상황의 경험이 쌓여가면서 자연스럽게 발전해나가는 일이겠지만 약한 주의집중력과 높은 충동성, 그리고 번잡스러운 과잉행동들로 조절이 어려운 ADHD아이는 이런 상황들에서 억울한 상황들이 겹치고 제대로 된 대처를 하지 못하는 순간들이 계속 생겨나면서 친구들 사이에서 밀려나게 되기 쉽다.

 

이렇게 밀려나버려서 친구들 사이에서 얻어야할 경험치를 쌓지 못하게 되면 상황은 또 점점 악화되기 때문에 사전에 사회성에 대해 고민을 해보고 집에서 아이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하거나 태권도나 축구 등 사회성에 도움을 되는 수업들을 추가하거나 적극적인 사회성 치료까지 다방면으로 고민해보고 도움을 주는 걸 추천한다.

 

 

 

미취학 ADHD아이에게 학습보다 중요한 것 3. 스스로 어린이

착석과 사회성이 가장 중요하고 한글은 교과서를 읽을 정도 수준으로 맞추면 초등입학 준비는 다 끝난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초등학교 입학에서 또 한가지 중요한 것은 자기 앞가림을 스스로 하는 것이다. 학교 갈 시간이 되면 알아서 세수를 하고 옷을 갈아입고 책가방을 챙기는 것. 아주 간단하지만 정신없는 ADHD아이들에게는 쉽지 않은 일이다.

 

그래서 A는 유치원때부터 아침에 시간을 딱 정해서 출발 15분 전에는 알아서 세수하고 이를 닦고 오는 연습을 꾸준히 해왔고 이제는 자기가 시계를 보고 정해진 시간이 되면 알아서 세수하고 이를 닦고 옷을 갈아입는다. 입었던 옷을 빨래통에 넣는 것도 매일 이야기하는 것인데 그건 참 자주 까먹는다.

 

그리고 자기 물통을 스스로 꺼내놓고 선생님이 부모님께 드리라고 한 프린트물을 스스로 꺼내 내게 주는 것 역시 유치원때부터 연습해온 일이다. 거의 매일 알아서 해주지만 놀 생각에 빠졌을 땐 종종 잊는다.

 

그리고 일주일에 한 번은 가방 정리를 스스로 하게 연습중이다. 연필이 뭉툭해진 채로 있거나 가방에 쓰레기가 있는지 스스로 챙겼으면 하는데 그게 쉽지 않아서 금요일 오후나 일요일 저녁에는 꼭 챙기라고 말해주는 편이다. 이 것 역시 조금 시간이 지나면 스스로 할 수 있을꺼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배변 후 정리 등 기본 생활습관 역시 만약 10월인 지금까지 정리가 안되었다면 내년 3월 전까지 꾸준히 연습시키시길. 초등학생인데 똥도 못 닦으면 안되니까. 

 

 

추가 공부는 케바케/애바애

한글 공부와 착석, 사회성, 스스로 하는 습관을 연습시켰다면 나머지는 케이스바이케이스, 아이의 성향과 기질에 달라지겠다. 맞벌이라면 방과후 수업 후 학원 이동 시 연락을 연습시킨다거나 학습적인 부분이 아쉽다면 그 부분을 더 추가로 준비해도 된다. 

 

하지만 기억해야할 것은 아이는 ADHD가 있고 주의집중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엄마의 욕심만큼 다 해내긴 어려울 수 있다는 점이다. 나도 내 맘 같아선 지금 빨리 한자도 시키고 구구단도 떼고 영어도 훅훅 진도를 빼고 싶다. 하지만 아이들은 분명 자신 만의 속도가 있고 우리는 아이들 대신 차를 몰아줄 수 없기 때문에 그저 안전한 네비게이션이 되는 역할에 만족해야만 한다. 

 

공부 욕심이 있다면 조금씩 속도를 낼 수 있게 달릴 재미가 있는 길을 소개해주는 것이 좋고 공부에 흥미가 없는 경우라면 기본적인 건 하면서 본인이 재미있어할 만한 방향으로 갈 길을 알려줘야하겠다.

 

남들이 지금 어딜 달린다고 우리도 그 길에 들어설 필요는 없다. 세상엔 다양한 길이 있고 고속도로가 빠른 것 같지만 때론 멋진 풍경을 즐기며 달린 시골길이 더 빠른 지름길일 때도 있다. 네비게이션이 세상의 모든 효율적이며 빠른 길을 찾아 계산하고 알려준다 한 들 운전하는 사람이 내 맘대로 가겠다고 하는 경우에 운전대를 막을 길은 없다는 걸 기억하자. 내가 대신 운전해주려 하면 아이는 운전하는 방법을 모르게 된다. 아이를 차에 태운 건 우리지만 운전은 아이의 몫이라는 걸 잊지 않고 아이가 길에 대해 물어볼 때 더 나은 길을 제시해주는 정도의 네비게이션 같은 부모가 되도록 함께 노력해보자.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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