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HD아이를 키우다보면 가장 답답한 점이 본인이 해야할 일이 무엇인지 아는데도 일을 시작하지 않는 것이다. 방정리를 해야한다거나 공부를 해야한다거나 씻고 잘 준비를 해야한다거나 어떤 일을 해야하는지 명확하게 알지만 그걸 처리하자고 제안했을 때 호락호락하게 하겠다고 나서는 경우가 거의 없다.늘 온갖 핑계를 대면서 일을 뒤로 밀거나 다른 새로운 일을 시작해버리거나 엄마의 말을 무시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다보니 잔소리를 멈추기 참 어렵다.
A 같은 경우 특히 종이접기나 레고 등 뒷정리에 시간이 꽤 걸리는 놀이들을 좋아하는 편인데 몰입해서 즐겁게 놀이를 하고는 정리하지 않고 다른 놀이로 넘어가버려서 온갖 장난감이 범벅이 된 상태로 자기전에 그 모든 걸 치우기 힘들어서 짜증을 내거나 무조건 엄마아빠에게 도와달라고 떼를 부리거나 해서 매일 밤 혼나면서 잠들었다.
그러다가 '작업 세분화하기'가 ADHD아이들의 증상완화 및 일상생활에 큰 도움을 준다는 것을 기억해내고 실제생활에 적용해보기 시작했는데 굉장히 효과가 좋은 편이다. 작업 세분화가 어떤 면에서 ADHD아이들에게 도움을 주는지, 그리고 A에게 어떤 식으로 적용해보았는지 정리해보려고 한다.
작업 세분화가 ADHD증상 완화에 도움을 주는 이유
- 집중력 향상: ADHD가 있는 어린이는 종종 장기간 집중력과 주의력을 유지하는 데 어려움을 겪습니다. 작업을 더 작고 관리하기 쉬운 단위로 나누면 압도감을 줄이고 아이가 한 번에 하나의 작업에 더 쉽게 집중할 수 있습니다.
- 강화된 조직력: ADHD는 아이들이 조직적인 상태를 유지하고 작업을 수행하는 것을 어렵게 만들 수 있습니다. 작업을 더 작은 단위로 나누면 명확한 구조를 제공하고 자녀가 각 단계의 우선순위를 정하고 완료하기가 더 쉬워집니다. 이것은 성취감을 촉진하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조직 기술을 개발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 미루는 습관 감소: ADHD가 있는 어린이에게는 큰 작업이 부담스러워서 미루고 회피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작업을 더 작은 단위로 나누면 더 관리하기 쉬운 워크로드가 생성되어 덜 벅차게 만들고 지연되거나 시작을 피하는 경향이 줄어듭니다.
- 점진적인 발전: ADHD 아동은 종종 발전을 보고 그 과정에서 작은 성공을 경험함으로써 이익을 얻습니다. 과제를 더 작은 단위로 나누면 아이가 각 단계를 완료하고 성취감을 느낄 수 있어 동기 부여와 자신감을 높일 수 있습니다. 이러한 작은 승리를 축하하면 긍정적인 행동이 강화되고 탄력을 받는 데 도움이 됩니다.
- 시간 관리 개선: 시간 관리는 ADHD 아동에게 공통적인 문제입니다. 작업을 더 작은 단위로 나누면 각 단계에 걸리는 시간을 더 잘 이해할 수 있으므로 더 정확한 계획과 시간 할당이 가능합니다. 그것은 시간에 대한 보다 현실적인 인식을 촉진하고 효과적으로 속도를 조절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 충동성 감소: ADHD는 종종 충동적인 행동과 관련이 있습니다. 작업을 더 작은 단위로 나누면 자녀에게 더 명확한 지침을 제공하고 의사 결정 프로세스를 구성할 수 있습니다. 그것은 그들이 각 단계에서 일시 중지하고 생각하고 더 의도적인 선택을 할 수 있게 하여 충동적인 경향을 줄이고 사려 깊은 행동을 촉진합니다.
이렇게 작업 세분화는 ADHD아이가 일상에서 겪을 수 있는 다양한 어려움을 낮춰주는 역할을 한다. 아이가 받는 스트레스를 줄이고 집중력과 주의력은 높여주며 미루는 습관도 멈추게 돕는다. 그리고 충동성 역시 낮춰주고 사려깊은 행동을 촉진한다.
그렇다면 이 작업세분화를 일상에서 어떻게 적용할 수 있었는지 알아보자.
작업 세분화: 장난감 정리
오늘은 종이전지를 활용해서 가위와 풀, 등을 써서 무언가를 만들고 있었다. 아빠가 퇴근하시면 곧 씻고 자야할 시간이니 자기 전에 정리하자고 하니 조금 더 있다고 하고 싶다며(미루는 습관) 계속 다른 놀이를 하려고 했다.
보통 같았으면 "얼른 치워!"하고 화를 냈을 텐데 작업세분화를 활용해보기로 마음먹고 우선 방의 상태를 스캔했다. 쓰다만 각각의 다른 종이들과 가위 등과 같은 도구들, 잘라낸 종이 조각들, 색연필(48색), 그리고 아이패드가 한꺼번에 방을 가득 채운 상태였다.
우선 수첩과 연필을 꺼내 A가 해야할 일 리스트를 순서에 맞춰 적어 나가기 시작했다.
- 색연필 정리 ✓
- 빨간 종이 정리 ✓
- 검은 종이 정리 ✓
- 그 외 가위 등 도구 정리 ✓
- 쓰레기 정리 ✓
- 아이패드 충전 ✓
A와 눈을 맞추고 리스트를 보여준 후 하나씩 정리해보자고 말하자 우선 일 자체가 좀 덜 복잡해보였는지 알았다고 대답했다. 색연필을 모아서 통에 넣고 올려놓고 다시 쓸 수 있는 빨간 종이들을 모으고 검은 종이들을 모으더니 나머지는 알아서 척척 해내는 것이 아닌가?
보통 떼쓰고 안 하겠다고 버티느라 15분 이상의 시간을 잡아먹고 치우면서도 금새 다른데 정신이 팔려서 세월아 네월아 치우는 모습을 참지 못하고 화내면서 내가 같이 치워주면 15분 이상 시간이 걸리는 작업이었는데 리스트를 하나씩 체크해가면서 해내니 5분만에 모든 정리가 끝나버렸다.
A에게 기분이 어떻냐고 물어보니 "완전 쉬웠어. 뭘 해야할 지 알고 하니까 안 어려운데?"라고 대답했다. A 에게 그동안 치우라고 하면 하기 싫어하고 미뤘던 이유가 혹시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서 였냐고 물어보자, 그렇다고 대답했다.
A에게 "니 방을 치워" "원상복귀하자" "다 제자리에 정리해"라며 나름 명확한 지시를 내렸다고 생각했는데 엉망진창인 방을본인이 만들어 놓고도 치우려고 보면 뭘 어떻게 치워야할지를 판단하기 어려웠던것 같다. 시지각력이 부족하기도 하고 처리속도 역시 조금 떨어지는 녀석인지라 해야한다는 것은 아는데 당장 너무 막막해보이니 미루려고만 하고 때론 화를 내거나 짜증을 내는 방법으로 회피하려고 했던 것 같다.
아이가 하기 쉬운 일부터 순서를 정해놓은 것도 큰 도움이 되는 것 같다. 색연필은 한 두개 만 통 밖으로 나와 있었고 까만종이보다 빨간 종이가 덜 바닥에 나와있어서 그렇게 썼던 건데 아이 입장에서는 한 두개 해결하는게 어렵지 않으니 나머지 일들도 지루하거나 힘들지 않게 느껴졌던 모양이었다.
작업 세분화: 공부
A는 매일 6가지의 학습지를 통해 공부를 한다. 실제적으로는 문제집 1장, 가끔은 2장 정도의 분량이고 가끔 학교에서 내주는 숙제가 끼어들때가 있어서 6~7가지의 공부가 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반복된다. (월요일은 방과후수업이 늦게 끝나서 파닉스 교재 1개 또는 학교 숙제 이렇게 2개 내외의 공부만 하고 있다.)
7세 겨울방학 때부터 공부 습관을 잡기 시작했는데 공부를 시작하면 징징대긴 하지만 열심히 끝까지 해내는데 공부를 시작하게 만드는 것이 참 어려웠다. 약기운이 있을 때는 수월하지만 수업이 늦게 끝난 날이거나 방과후 수업 후에 아이에게 공부를 하자고 하면 피곤하다거나 더 놀고 싶다거나 하면서 짜증을 내고 소리를 지르기 일쑤이다.
1달 전부터 공부 역시 작업을 세분화해서 시도하고 있는데 그 전보다는 시작이 조금 덜 힘들다. 그리고 마케팅에서도
쓰는 방법인 문전걸치기 방법이 통하는 것인지 "정 하기 힘들면 1개만 우선 해보자"고 꼬시고 "우와 벌써 끝냈네? 한 개 더 해볼래?"하고 꼬시면 나머지는 술술 해버리는 경우가 많다.
공부의 경우 장난감정리와 달리 순서로 정하지 않고 작업 단위만 나누어 아이에게 제시한다. 그 날 그 날의 컨디션에 따라 하고 싶은 공부를 먼저 할 수 있는 선택지를 아이에게 주고자 했던 건데 의외로 아이가 선택할 수 있다는 점에 만족하는 모습을 보여 도움이 된다. 예를 들면 아이가 아직도 어려워하는 파닉스를 작업 단위 맨 위에 써놓고 나중에 해도 된다고 말하더라도 아이는 내가 정리해놓은 작업단위 순서를 지키려고 한다. 니가 하고 싶은 대로 해도 돼, 라고 말했음에도 우선 그럼 자기가 어려워하는 걸 먼저 하겠다고 하면 기특해져서 또 폭풍 칭찬하기가 쉬워진다.
- 파닉스 lesson2 ✓
- 창의력수학 ~55 p ✓
- 수학연산책 ~41p ✓
- 국어독해책 9-1 ✓
- 수학 익힘책 ~63 p ✓
- 수학자습서 ~111 p ✓
- 국어자습서 ~112p ✓
이런 식으로 작업을 세분화하고 하나의 작업을 끝날 때마다 엄청 칭찬을 하며 다 한 작업은 체크해 버릴 것을 독려한다. 그러면 의기양양하게 공부 끝낸 것을 자기가 스스로 체크하고 얼마나 공부량이 남았는지 한 눈에 알 수 있어서 자신의 성과를 스스로 파악하면서 더 속도를 내게 된다.
아직 다른 아이들처럼 학원을 다니지 않고 엄마표공부만 무리 하지 않는 선에서 진행하고 있기 때문에 테스트를 받아보거나 한 적은 없지만 여전히 풀어야할 문제의 문장이 길거나 하면 제대로 읽지 않거나 정신이 다른 곳으로 팔릴때가 있다. 물론 약기운이 있을 때는 전혀 생기지 않는 문제다. 그럴때는 문장을 나눠서 읽게 도와주거나 문제 풀 때 숙지하면 좋은 팁들을 아이에게 알려준다. (보기를 먼저 읽고 풀면 문제 풀기가 수월하다거나, 아닌 것은 이라고 쓰인 것 더 집중해보기, 정답이 2개 이상 이라고 쓰여진 것 체크하는 습관 들이기 등등) 계속 이런 걸 알려주다보면 더 나아지지 않을 까 싶다.
학습적인 부분은 아직 아쉬운 점도 많고 다른 아이들은 다 뛰어가는데 우리만 걸어가는 것 같아 마음이 조급하긴 하지만 작업 세분화 덕에 우선 시작은 좀 덜 어려우니 이거라도 좀 해결이 되어서 다행이다라는 마음이다.
작업 세분화의 방법
일반적으로 일을 세분화할 때의 방법을 알고 아이의 상황에 맞춰서 적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는 일반적으로 작업을 세분화하는 방법이다.
- 문제 파악: 수행해야할 작업과 목표를 이해
- 작업목록 만들기
- 우선순위 지정(아이의 취향이나 상황을 배려해 지정하는게 더 효과적이다.)
- 달성 가능한 목표설정
- 시각적 단서 제공(체크리스트 등 눈에 보이는 도구로 진행사항 추적 가능하도록하면 동기부여에 도움이 된다)
- 휴식 제공(작업단위 마다 작은 휴식을 주어 집중력과 생산성 높일 수 있게 돕는다.칭찬을 곁들이면 더 좋다)
- 지원 및 안내 제공(부모가 옆에서 격려하며 아이가 어려워할 때 도움을 주면 더 효과적이다)
작업세분화의 핵심은 아이가 해야할 일에 압도당하지 않고 자신이 쉽게 할 수 있는 일처럼 만드는 것 같다. 천리길도 한 걸음부터, 티끌모아 태산 같은 개념과 같다. 작은 성취가 쌓여서 엄두 도 못 냈던 일을 해낼 수 있다는 경험을 통해 아이 스스로 자신감이 늘어나고 노하우를 알게 되어 나중에는 혼자 처리하기 어려워보이는 일 앞에서 쉽게 포기 하지 않고 스스로 작업단위를 나눠서 일을 해결할 수 있게 만드는 것. 이게 작업세분화의 궁극적인 목표가 되겠다.
알아서 척척, 혼자서 다 아이가 해주길 바랬던 나의 마음이 확실히 욕심이었던 걸 깨닫고 나니 아이도 나도 마음이 조금 편해졌다. ADHD아이가 키우기 어렵다고만 말했지 아이의 마음은 좀 덜 알아줬던 것 같아 다시 한 번 반성모드를 가동하고 다른 부분에서 아이를 도울 수 있는 것은 무엇이 있을지 고민을 시작해보기로 한다.
나는 육아전문가도 ADHD를 진단하거나 고치는 의사도 아니기 때문에 열심히 더 공부하고 내 아이에게 맞는 방법을 찾을 수 밖에 없다. 그러니 더 많이 공부하고 노력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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