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는 내게 누구보다 특별한 아이다.
하지만 내게는 그런 특별한 아이가
하나 더 있다.
바로 A의 동생, C이다.
5살 터울 나는 C는 이제 고작 3살.
두돌이 조금 넘었다.
5년 가까이 외동으로 키웠던 A에게
갑자기 생겨난 C는
남편과 내가 A의 문제점을 깨닫는
바로미터가 되었다.
5살의 터울이면
조금 든든한 형이 되어주겠거니
기대했던 우리의 마음과 달리
A는 자신의 영역을 침범하는 C에게
가차없었다.
처음부터 C의 탄생이나 활동에
생각보다 많은 관심이 없었기에
외동을 자란 기간이 길어 그런 줄 알았건만
ADHD아이의 특성이었다.
본인이 관심없는 곳에는 관심이 1도 없는 것이다
하지만 C의 활동반경이 넓어지고
본인이 만든 레고 등을 부수거나 방해하자
C에 대한 적개심이 높아졌다.
A와 소아정신과를 방문하고
CAT검사 결과로
첫날부터 메디키넷을 처방받아
복용하기로 마음먹었던 이유 역시
A의 ADHD때문에 C가 피해를 본다는
의사의 말 때문이었다.
ADHD 아이들은 주변에 대한 배려나
상황에 대한 폭넓은 이해가 부족하다고 한다.
놀이치료 선생님의 말씀으론
아직 시야가 좁아서 그런거라고
그걸 넓혀주기 위해 노력해야한다고 하시는데
정말 경주마처럼 본인이 관심있는 것,
본인이 지금 하고 싶은 것,
본인 위주의 행동에 매몰되어
동생의 욕구나 상황,
그리고 둘을 동시에 봐야하는
엄마의 상황을 이해해주기 어려워한다.
물론 약효가 있을 때는
누구보다 배려심넘치고
동생도 아껴주는 아이지만..
약효가 없을 땐
동생을 챙기느라 정신없을 때도
본인의 이야기를 들어달라고
쉴새없이 말하고
(보통 종이접기나 삼국지, 레고 이야기 등
본인의 흥미위주 이야기를 마구 쏟아낸다.)
동생에게 책을 읽어줄 때
본인도 읽어줘야한다고 우기거나
동생과 같은 공간에 있지만
본인이 재미있는 놀이에 빠져있으면
동생의 존재 자체를 잊는 듯한 행동을 보인다.
(오직 동생이 본인 놀이를 방해했을 때만
버럭 화를 내며 짜증을 낸다.)
그나마 초등학교 입학하고
동생 역시 활동성이 조금 늘어나는 나이가 되어
축구나 숨바꼭질, 집 만들기 등
함께 해야 재밌는 놀이에는
동생을 참여시켜주고 있지만
그 역시 본인이 흥미로워서 노는거지
동생을 챙겨서 놀아주는 개념은 전혀 아니다.
사촌형 J 역시 A와 4살 터울이 나지만
J가 형처럼 A를 돌봐준 경우는 거의 없었다.
J가 외동이라 혹은 아들이라
그런거지, 조금 나이가 들면 또 챙기겠지 했었는데
J 역시 ADHD라 본인의 욕구가 더 앞에 있어서
동생이란 존재를 챙기는게 어려웠던 것 같다.
대신 둘이 합이 잘 맞으면
최고의 친구가 되어주었기 때문에
부모들 입장에선 괜찮았었는데
또래보다 사회성이 조금 덜 발달한 J와
말이 빨리 트이고 눈치가 있던 A는
잘 놀았지만
A와 C는 터울도 더 크고
이미 A입장에서 C는 너무 어린 아이라는
생각이 강하기 때문에
챙겨준다는 개념이 생기기전까진
잘 노는 걸 기대하면 안 될 것 같다.
이제 5학년이 된 J는
C를 꽤 잘 챙겨주려고 한다.
물론 본인의 생각대로 챙겨주려고 해서
까탈맞은 C가 좀 꺼려하긴 하지만
그래도 '형'의 면모가 보인다.
A에게는 아직 '형' 같은 느낌은
약을 먹을 때만 느낄 수 있어 참 아쉽다.
A도 약을 먹고 점점 나아지면
C에게 좋은 형이 되어줄 수 있을꺼라고
믿는다.
물론 C도 자라면서 욕구가 늘어나고
본인 위주의 A와 부딪히는 일이
많아질 것이다.
그리고 C 역시 ADHD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에
엄마인 나로써는 둘의 관계를
매일매일 조율하며
서로 평생을 함께 할 좋은 친구가 될 수 있게
만들어야겠지.
남편은 형제가 있고
나는 오빠와 여동생이 있다.
자라면서 가족이, 그리고 형제 자매가 주는
작은 든든함을 더 크게 느끼는 중이라
A와 C에게도
형제의 소중함을 잘 가르쳐주고 싶다.
비록 ADHD가 둘 사이에
꾸역꾸역 끼어 앉아있더라도 말이다.
되겠지?
ADHD아이와 형제관계에 대해 더 많은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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