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는 충동성이 높은 편이다. 무언가에 꽂히면 다른 것이 생각나지 않고 해야할 절차나 원래 해야할 일을 잊거나 무시하기 일쑤다. A의 충동성 대부분은 보통 본인이 좋아하는 무언가를 이야기하거나 하고 싶어하는 것이지만 가끔 튀어나와 나를 두렵게하는 충동성도 있다. 바로 구매 충동성이다.
어릴때부터 생일이나 크리스마스 외엔 딱히 선물을 사주지 않자고 남편과 약속을 했고 아이가 어릴땐 그 약속이 꽤 잘 지켜져왔었다. 하지만 장난감의 종류와 취향이 생긴 이후로, 아이가 가지고 싶어하는 장난감을 사줬을 때 기뻐하는 아이 얼굴이 좋아서인지 남편은 때론 보상으로 때론 당근에서 싸게 판다는 이유로 아이에게 장난감을 한아름 안겨주는 일이 잦아졌다.
아이가 ADHD인것을 알게 되고 앞으로 이런 식의 선물공세는 아이에게 좋은 것이 없다고 생각해서 자제하자고 이야기를 했지만 여전히 아이가 원하는 장난감이 당근에 좀 싸게 뜨면 나 몰래 사주고 있다.
덕분에 A는 자신이 원하는 장난감이라면 모든 종류를 거의 다 가지게 되었고(물론 남편의 역할 뿐 아니라 비슷한 아빠를 둔 사촌형이 더 이상 가지고 놀지 않는 장난감을 한꺼번에 받아온 경우도 꽤 된다.) 자신이 가지고 싶은 장난감이 생기면 그걸 생일선물로, 크리스마스 선물로, 자신의 용돈을 사겠다고 매일매일 반복해서 말하는 아이가 되었다.
더불어 2학년때부터 지급한 용돈을 받자마자 문방구로 달려가 오늘 하루만 놀고 잊어버릴 장난감에 다 써버리고 오는 일도 허다할 정도로 구매욕에 대한 충동성이 매우 커진 상태이다.
진짜 가지고 싶은 장난감을 자신의 용돈을 모아 사라고 이야기해주면 알겠다고 해놓고도 바로 지갑에 돈이 보이면 지금 당장 문방구로 달려가려고해서 아이를 달래고 화를 내며 붙잡는 일이 매주 반복된다.
용돈이라고 해봤자, 일주일에 2천원에 불과하지만 받자마자 문방구나 다이소에 가서 1500원에서 2000원짜리 물건을 사오고 나서 나에게 이건 이래서 좋고 저래서 좋은거라 샀다고 이야기하는 모습을 보면 아이 스스로도 자신의 소비가 제대로 된 방식은 아니라고 느끼긴 하는 것 같다. 그러니 나에게 변명을 하는 게 아닐까?
ADHD는 ADHD가 없는 사람에 비해 중독에 빠질 확률이 굉장히 높다고 한다. 기본적으로 도파민 분비가 잘 되지 않아서 일상에선 쉽게 흥미를 느끼지 못하고 자극적인 상황을 만나야 도파민이 분비되므로 이런 상황을 자주 만들어내고 싶어 하는 것이다. 그래서 도박중독이나 섹스중독, 게임중독, 그리고 쇼핑중독자 중에는 ADHD가 많단다.
A의 모습을 보고있자면 성인이 되어서 월급날 모든 월급을 쇼핑에 탕진해버리는 걸 아닐까 걱정이 된다. 아무리 돈을 많이 벌어도 제대로 관리하고 필요한 곳에 적절한 돈을 사용하는 방법을 모르면 결국 가난해져버릴것이다. 용돈기입장을 쓰고 아이의 문방구 행을 막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그래서 ADHD아이를 위한 구매충동을 완화하고 조절하는 방법에 대해 공부해보려고 한다.
ADHD아이의 구매 충동성 조절하기 1. 조절이 어려운 이유
ADHD아이들은 자기조절, 의사 결정 및 충동 제어를 담당하는 뇌의 실행기능이 떨어져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종종 충동구매를 조절하기 어려워한다.
1. 절제의 어려움
대부분의 ADHD아이들은 만족지연을 어려워한다. 장기적인 결과를 기다리기보다는 즉각적으로 자신의 욕구를 충족시키기를 바란다. 더 좋은 장난감을 위해 용돈을 모으자는 이야기는 ADHD아이의 입장에선 눈 앞의 장난감을 손에 넣는 것보다 덜 매력적으로 느껴지는 것이다.
2. 과잉 보상 시스템
앞서 말했던 것과 같이 ADHD는 보상과 즐거움에 영향을 미치는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의 수치가 낮은 경우가 많다. 쇼핑을 통해 무언가 새로운 것을 구매하게 되면 도파민이 빠르게 증가하기 때문에 ADHD아이에게 더 유혹적으로 느껴지기 쉽다. 늘 지루하다고 느끼는 ADHD아이들에게 흥분과 새로움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3. 부족한 실행기능
ADHD아이들은 오늘 받은 용돈으로 일주일을 살아야한다는 것을 잘 깨닫지 못한다. 계획능력이 또래에 비해 부족하기 때문이다. 또한 작업기억이 낮은 경우가 많기 때문에 충동구매를 후회하더라도 기억하지 못하거나 원하는 물건을 돈을 모아 구매했다는 경험 역시 잊는 경우가 많다.
4. 감정 조절의 어려움
ADHD아이들은 지나친 흥분이나 지나친 지루함 등에 빠졌을 때 충동적으로 구매를 선택할 수 있다. 기분이 나아진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특히나 부모의 "안돼" "기다려"라는 단어를 참을 수 없는 일을 참으라고 하는 것처럼 느낄 수 있어 감정적으로 더 격해지기 쉽고 이런 감정을 낮추기 위해 구매욕구를 더 크게 느낄 수 있다.
5. 돈에 대한 낮은 이해도
ADHD아이들은 또래에 비해 돈이 가지는 추상적인 성격과 그 가치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지금 눈 앞의 물건을 사면 진짜 원하는 물건을 사기 위해선 더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한다는 것의 상관관계를 쉽게 파악하기 어려울 수 있다. 게다가 장기적으로 돈을 모아서 얻게 되는 보상의 즐거움과 현재 구매에서 오는 기쁨의 크기를 비교하기 어려워할 수도 있다.
6. 환경적인 요인
ADHD아이들은 주변 환경에 쉽게 휩쓸린다. 친구들이 문방구에서 물건사는 일에 자주 노출되거나 TV광고 등에 매체에 현혹되는 경우 역시 아이의 구매욕구충동성을 높일 수 있다. 또한 부모가 마트나 백화점 등에서 계획되지 않은 충동적인 지출을 하는 타입이라면 아이 역시 모방을 할 수 있다.
2. ADHD아이를 위한 구매욕구 충동성 관리법
위에서도 말했다시피 중독에 취약한 ADHD아이의 이런 구매충동욕구를 관리해주지 않는다면 성인이 되어서도 자신의 월급과 자산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고 충동적으로 물건을 구매해버리는 쇼핑중독에 걸릴 수 있다. 이를 막기 위해서 관리법을 알아보자.
1. 지연된 만족 가르치기
ADHD아이에게 가장 가르치기 어려운 부분 중 하나이지만 제대로 계획을 세운다면 불가능하진 않다.
첫째, 규칙을 설정하자.
예를 들어 자신의 용돈으로 새로운 장난감을 하나 구매하기 위해선 24시간동안 고민해봐야한다는 규칙을 만들어보자. 문방구나 장난감가게에 가서 당장 사고 싶은 물건이 있다고 말한다면 그 물건의 가격을 알아보고 내일 다시 와서도 사고 싶으면 그때 구매할 수 있다고 말하는 것이다. 물건이 파격 할인을 한다거나 내일 다시 돌아올 수 없기 때문이라는 아이의 핑계를 듣더라고 규칙을 세웠다고 제대로 지키는 것이 핵심이다.
둘째, 시각화하자.
지연된 만족을 가르치기 위해선 아이의 만족이 어느정도 가까이 와 있는지 시각화해서 보여주는 것도 도움이 된다. 위시리스트를 화이트보드에 적어 냉장고 에 붙여놓는다거나, 용돈을 다 모으게 되는 날까지의 D 데이를 달력에 표시한다거나 사고 싶은 장난감을 위한 저금을 투명한 유리병에 해서 얼마나 용돈이 모였는지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2. 한도를 설정하기
아이의 용돈을 주고 있다면 지출의 대한 항목을 분류해서 각각의 한도를 정해주는 것이 도움이 된다.
첫째, 사용용도별로 용돈 나누기
용돈의 일부는 마음껏 지출할 수 있도록 허락하되, 나머지는 간이통장이나 저금통 등에 보관하도록 한다.
둘째, 사용 용도별로 이름 붙이기
사고 싶은 장난감을 위해 모으는 저금통이라면 장난감 이름을 사용해도 좋고 일주일의 즐거움, 아빠선물 등 라벨을 만들어 아이가 돈을 모으는 목적을 정확히 인지할 수 있도록 돕자.
3. 칭찬하기
위의 규칙과 한도를 잘 지키고 있다면 아이는 엄청난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이다. 이 부분에 대해 지속적으로 칭찬을 아끼지 말고 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구매나 용돈 같은 것을 제외한 보상도 도움이 된다. 예를 들면 좋아하는 간식 만들어주기, 엄마랑 같이 시간 보내기 등 이 될 수 있다.
4. 함께 예산 세워보기
아이와 함께 1년, 분기별, 일주일별로 예산을 세워보는 것도 아이의 돈에 대한 개념과 미래 목표 설정에 도움이 된다. 일주일에 2천원씩 받는 A라면 1달이면 8천원, 1년이면 거의 10만원에 가까운 돈을 용돈으로 받는다는 것을 알려주는것이다. 이렇게 받게 되는 돈 중 일부는 원하는 것에 쓸 수 있고 나머지 어느정도는 저금이나 주식투자 등에도 사용해 용돈을 더 늘릴 수도 있다고 알려주면서 자연스럽게 경제교육도 함께 해볼 수 있다.
또한 장난감 구매 등을 위해 용돈을 모으기로 했다면 얼마씩 모으면 언제 살 수 있는지를 아이와 함께 계산해보고 지속적으로 모으고 있다면 얼마나 더 기다리면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는지 확인해보는 것으로도 아이의 충동성을 잠재울 수 있다.
5. 의사결정연습하기
아이가 커갈수록 아이가 구매욕구 충동성에 빠지게 되는 순간엔 부모가 없을 때가 많아진다. 스스로 필요없는 물건을 구매하고 싶어 지는 순간을 조절할 수 있도록 "이건 지금 필요한게 아니야" "나중에도 사고 싶어지면 그때 다시 생각해보자" 등 그 순간에 스스로에게 할 수 있는 말을 미리 연습 시키자.
또한 다양한 상황에 대한 시나리오를 이야기해주고 맞는 방법을 알려주는 것도 좋다. 예를 들면 "친구들이랑 하교길에 문방구에 들렀는데 친구들이 장난감을 하나씩 산대? 너는 어떻게 할 거 같아?"하고 실제로 있을 법한 일을 상상해보고 거기선 어떤 행동이 옳은지에 대해 생각해보도록 하는 것이다.
6. 방해요소 제거하기
아이가 구매충동성을 쉽게 느끼는 문방구, 마트, 서점, 다이소 등의 공간에 아이와 함께 가지 않는 편이 좋다. 또한 TV광고나 검색 등 구매욕구를 자극할 수 있는 매체 역시 제한을 두는 것을 추천한다.
또한 아이가 보통 지루하거나 심심할 때 자극의 목적으로 구매충동성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고 하니 아이와 다른 재미난 활동을 찾아 같이 해보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
늘 산너머 산이다. 매일매일 해야하는 숙제가 새로 생기는데 기존에 해왔던 숙제들도 남아있어서 한꺼번에 다 해내기 어려운 기분이 들 때가 많다. ADHD아이를 키우는 일이 이렇다는 걸 ADHD아이를 키워보지 못한 사람들은 잘 모를 것이다.
그래도 아이는 조금씩 자란다. 그전엔 그냥 "안돼"라고 했다면 이젠 "엄마는 니가 제대로 된 어른으로 자랄 수 있게 키울 의무가 있잖니. 아무리 일론머스크 같은 부자도 매일 매일 자기가 사고 싶은 걸 다 살 순 없어. 필요한지 적절한 가격인지 그럴만한 가치가 있는지 따져보고 사는 거야"라고 힘들지만 아이를 설득할 수 있다.
길을 만드는게 험해서 그렇지 못 갈 길은 아니다. 오늘 힘들면 조금 쉬고 내일 조금 더 길을 만들자. 그러다보면 나중에 아이가 같이 길을 만들고 조금씩 편한 길이 나올 것이다. 오늘도 힘내자.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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