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에게 ADHD로 인한 난독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얼마나 절망했었는지 모른다. ADHD가 아이가 글을 읽고 해석하는 것까지 방해한다고 생각하니 화도 나고 막막하기도 했다. 찬찬한글로 한글을 떼고 독해문제집으로 서서히 글 읽기를 돕고 영어난독까지 생겨서 파닉스를 음절 단위로 다 끊어서 하나씩 아이 머리에 입력시키는 일은 꽤 어려운 작업이었다.
그나마 이제 파닉스도 좀 뗐고 영어문장이나 단어도 꽤나 익숙해져서 한 고비는 넘겼지만 여전히 문장의 조사를 빼먹고 읽거나 단어를 자기 마음대로 바꿔읽는 경우들이 꽤 자주 일어난다. 이건 꾸준히 계속 책을 읽어야하는 부분이라 샤워 후 자기전 저녁 8시 30분부터는 책 읽는 시간을 루틴으로 만들어서 아이에게 습관을 만들어주려고 노력중이다.
그 사이사이 만화책이나 게임에 너무 몰입하는 경우들이 많아서 그부분도 만화책은 금지, 게임은 주말에만 하도록 정리하면서 슬슬 아이의 문해력을 높여야하는 시기인데 얼마전부터 남편이 아이와 오디오북을 듣기 시작했다.
단순히 TV나 유튜브, 게임보다는 덜 해로운 것 같지만 책을 읽는 것보다는 아이에게 좋은 영향을 없을 것 같아서 괜찮을지 쉽게 판단하기 어려워 남편에게 조금 보수적으로 접근하자고 이야기 했는데 남편은 오히려 책 읽기 싫어하는 아이가 책에 흥미를 가질 수 있다고 하니 제대로 알아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이 들었다. 사실 이 부분으로 남편과 부부싸움까지 하게 되어 더 답답한 마음이 든다. 너무 길게 듣고 있는 것 같아서 무턱대고 그만 들으라고 화를 내고 말았고 남편과 아이는 나의 행동때문에 서로 보내던 좋은 시간을 뺏겼다. 결국 그걸로 서로 목소리가 높아지고 감정의 골도 깊어지고 말았다.
오디오북에 대한 나의 생각이 편견인건지 아니면 남편이 너무 섯부르게 오디오북을 시작해버린건 아닌지 ADHD로 인한 난독이 있는 아이에게 오디오북은 어떤 영향을 주는 지,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을 알아보고 잘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공부해보기로 했다.
ADHD+난독 아이에게 오디오북 괜찮을까? 1. 오디오북의 긍정적인 측면
오디오북은 확실히 TV나 휴대폰, 게임 등과 비교했을 때는 아이들에게 미치는 나쁜 영향은 적다고 볼 수 있다. 시각적인 자극은 없고 청각을 통해 정보를 제공하기 때문에 독서와 비슷한 방법으로 아이들의 상상력과 언어능력을 자극한다고 한다.
- 상상력과 창의력을 자극하는 오디오북: 오디오북은 한글을 모르는 아이들이 엄마나 아빠와 함께 책을 읽으면서 머릿속의 장면을 상상하고 그 내용을 그려내는 것과 같이 아이의 상상력과 창의력을 자극한다. TV같은 시각매체는 이미 눈으로 보여지는 자극이 많기 때문에 오히려 아이의 상상력을 저해하는데 비해 청각에만 집중하는 오디오북의 경우에는 이런 장점이 있다고 한다.
- 언어능력과 문해력 향상: 오디오북은 아이들이 스스로 책을 읽어내기 어려운 단계에서 다양한 어휘와 문장구조에 노출하게 돕는다. 이는 아이들이 문장구조나 텍스트에 대한 이해력을 높이는데 좋고 난독증이나 읽기 취약자의 경우에 특히 더 도움이 된다.
- 집중력 향상: 청각만 사용하는 오디오북은 다른 시각적 미디어보다 집중력을 덜 분산시키기 때문에 아이의 집중력을 더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
2. 오디오북의 부정적인 측면
오디오북은 다양한 장점이 있지만 부정적인 측면 역시 있을 수 있다.
- 오디오북에 의존할 가능성: ADHD나 난독증이 있는 아이들의 경우 직접 책을 읽는 것보다 오디오북이 더 편안하게 느껴질 수 있다. 이로 인해 오히려 책 읽기를 불필요하다고 생각하거나 귀찮게 느껴질 수 있기 때문에 오디오북을 책읽기의 메인 도구로 생각하면 문제가 될 수 있다. 오디오북은 책 읽기의 보완도구로만 활용하고 책 읽는 시간은 꼭 따로 두는 것이 필요하다.
- 과도한 정취: 과몰입하기 좋은 ADHD아이의 특성상 다른 미디어처럼 아이가 오디오북에 너무 빠져버리게 되면 문제가 될 수 있다. 사용하기 전부턴 적절한 사용 시간을 고민 하고 알맞은 시간을 정해 제공하는 방식을 권하고 싶다.
- 수동적 청취: 다른 일을 하면서 들을 수 있는 오디오북의 특성상 아이에게 오디오북을 들려주면 다른 활동을 하면서 듣게 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 이럴땐 집중도는 물론이고 소리만 그냥 대충 흘려들을 수 있기 때문에 교육적인 효과가 감소할 수 있다. 부모와 함께 오디오북을 듣고 아이가 내용을 이해하고 상상하는 지 적극적으로 확인하고 함께 참여할 필요가 있다.
3. ADHD+난독이 있는 아이를 위한 오디오북 사용 기본 가이드
위의 장점과 단점이 모두 존재하는 오디오북을 ADHD+난독있는 아이의 문해력을 상승시키기 위한 도구로 유용하게 사용하려면 부모가 어느정도 가이드라인을 가지고 제시 및 활용을 해야한다.
- 하루에 30분에서 1시간: 너무 길게 사용하는 것은 권하지 않는다. 처음에는 20분이나 30분 등 짧은 챕터로 시작하고 아이가 흥미를 보인다면 조금씩 늘리는 것이 좋다. 그렇다고 1시간 이상 길게 듣는 것은 다른 활동을 저해할 수 있기 때문에 조금씩 나눠 여러번 나눠서 듣는 등 잘 조절하는 것이 필요하다.
- 종이책과 반드시 병행: 오디오북으로만 독서습관을 들이면 아이가 오히려 책을 직접 읽는 것을 점점 어려워할 가능성도 배재할 수 없다. 오디오북을 듣고 책의 나머지를 아이가 읽게 하는 등의 방법을 고민해보자.
4. 문해력을 높이는 오디오북 사용제안
종이책과 병행하고 하루에 1시간 내외의 기본 가이드를 잡았다면 아이와 오디오북 활용을 통해 문해력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보자.
- 듣고 따라 읽기: 조사를 빼먹거나 단어를 바꿔 읽는 등의 문제가 있는 난독아이를 위해 오디오북과 같은 책을 준비하고 아이가 오디오북을 들으며 책을 따라 읽어볼 수 있게 해보자. 아이가 단어를 시각적으로도 보고 청각적으로도 접하는 기회를 제공하기 때문에 읽기능력을 강화할 수 있다고 한다. 난독있는 아이에게 특히 효과적인 방법이라 받침글자나 연음 등을 이해시키는데도 도움이 된다.
- 아이의 관심사를 반영하는 책 선택: 오디오북도 매우 다양한 종류가 있다. 아이가 흥미를 가질만한 주제나 장르로 선택하고 좋아하는 캐릭터나 흥미로운 이야기를 제시하면 아이의 읽기 동기를 자극하기 좋다. 단순히 읽기 자체가 아닌 이야기에 몰입하면 책 읽기는 오히려 손쉽게 해결될 수 있다.
- 짧고 쉬운 목표 설정: 처음부터 너무 긴 책이나 어려운 책 대신 짧고 쉬운 책부터 시작하자. A는 9살이라 그나마 글밥이 조금 긴 책을 읽어야하지만 7살에서 8살 등 한글을 뗀지 얼마 안된 아이라면 오디오북으로 쉬운 책을 듣고 혼자 읽어내는 방식으로 아이의 성취감을 올리고 책 읽기에 대한 부담감을 줄여볼 수 있다.
- 오디오북과 종이책 크로스: 한 챕터는 오디오북으로 읽고 다음 챕터는 스스로 읽거나 클라이맥스 전까지는 오디오북으로 읽고 제일 재미있는 부분은 스스로 읽는 등 번갈아 읽기를 해보자. 이야기를 놓치지 않으면서도 책읽기를 독립시킬 수 있는 훈련이 된다. 그리고 스스로 읽는 시간과 분량을 점차 늘려갈 수 있다.
- 엄마 아빠와 함께: 아이가 한글을 몰랐을 땐 일부러라도 아이를 옆에 끼고 책을 읽어주지만 아이가 한글을 떼고나서는 웬지 함께 읽기 귀찮아지기 마련이다. 이럴때 오디오북을 활용해 함께 책을 듣고 아이와 번갈아 한 두문장 또는 문단씩 번갈아 읽거나 책 내용에 대해 함께 이야기를 나눠보면 부모와 함께 하는 시간이 좋아서 더 책을 좋아하게 될 수 있다.
5. 잊지 말아야할 점
오디오북은 ADHD와 난독이 있는 아이에게 매우 좋은 보조재가 될 수 있다. 하지만 꼭 기억해야할 것은 보조재라는 것. 어린시절 세이펜이나 사운드북등을 아이에게 주어본 경험이 있다면 이해할 것이다. 이야기보다 소리에만 반응하는 경우가 점점 늘어난다는 것 말이다.
오디오북은 굉장히 편리한 책읽기 방법이지만 자칫 잘 못하면 종이책에서 멀어지는 방법이 될 수도 있다. 재밌는 일러스트나 그림, 메모, 중요한 부분에 표시 등 종이책에서만 할 수 있는 활동을 통해 아이가 종이책을 읽는 즐거움을 놓치지 않도록 하는 노력을 꼭 병행하여 종이책의 매력을 더 크게 부각시켜 점차 종이책으로 몰입할 수 있도록 하는 다리역할로 활용하자.
그리고 오디오북을 혼자 듣게 하지 말자. 꼭 부모와 함께 듣을 수 있도록 시간을 내자. 아이가 그 시간을 부모와 함께 있는 즐거움 경험으로 만들어주는 것이 오디오북을 더 잘 활용하는 방법이 될 것이다.
늘 종이책이 최우선이고 전자책이나 오디오북은 책이 아니라고만 생각했던 것이 나의 편견이었다는 것을 인정해야겠다. 사실 오디오북에 대해 알아보기 전에는 난독있는 ADHD아이에게 오히려 책과 멀어지게 되는 방법이 되는 건 아닐까 두려웠다. 하지만 자세히 알아보니 잘만 활용하면 오히려 아이의 문해력과 문장해석능력에 큰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아이의 상태에 대해 내가 남편보다 더 잘 알고 있다는 오만한 생각이 있었던 것 같다. 일하거나 이동하면서 오디오북을 꽤 잘 활용해서 오디오북의 장점을 잘 알고 있던 남편이 아이에게 오디오북을 들려주자고 했을 때 덮어놓고 반대했던 것을 반성한다. 남편도 나만큼이나 아이를 많이 생각하고 아이에게 더 나은 방향을 고민하고 있다는 것을 늘 알고 있지만 나와 방향이 달라질때마다 뾰족해지는 것도 사실이다. 남편 역시 내가 남편의 방향에 대해 늘 제동을 거는 일이 많아 속상했을 것이다.
2년동안 아이와 단둘이서 난독중재를 해나가면서 쌓여온 불안과 스트레스가 높아진 것 같다. 만화책이나 게임 등으로 삐끗했던 경험들이 계속 쌓여있고 그걸 바로 잡는데 또 많은 노력과 시간 필요하다는 걸 경험하다보니 새로운 시도를 통해 아이의 방향이 또 잘못될까봐 불안해서 내가 생각하는 방향으로만 아이를 밀어대는 것이 아니었나 생각도 든다.
우리 둘 다 아이에게 더 좋은 방향이 어느쪽인지는 안다. 대신 그 방향으로 가는 방법이 조금 다를 뿐이다. 앞으로는 그 방향이 같은 방향이라면 방법이 조금은 달라도 지켜봐야겠다고 생각해본다.
조금 마음을 더 열어봐야겠다. 그리고 더 넓게 보는 연습을 해야겠다. 남편도 노력하고 있다는 걸 인정해야겠다. 나만 힘들어하고 고생하고 있다는 좁은 마음을 버려야겠다. 우리가 같이 더 나은 방향으로 걸어가고 있다는 걸 잊지 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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