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에 대한, 그리고 ADHD에 대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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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HD와 A

A 에 대한, 그리고 ADHD에 대한 이야기.

by 쌤쌔무 2023. 3. 24.

태어나서 5년 동안

 

외동으로

 

엄마·아빠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자랐던,

 

둘째가 태어나고도

 

여전히 매일매일 즐겁고 신났던 아이 A.


하지만

 

둘째, C가 돌이 되고

 

A가 7살이 되면서


내 삶엔 ADHD라는 불청객이 찾아왔다.

ADHD로 진단받기까지는


긴 기다림과 스트레스,


A와의 다툼과 푸닥거리(?),


남편과의 의견 차이,

 

친정 부모님들의 만류 등등이

 

너무 많았지만


어찌 되었건 

 

결론은 아직도 인정하기는 싫지만

A는 ADHD이다.



여전히 내겐

 

너무 소중하고 이쁘고 찬란한 A이지만


A가 ADHD라는

 

세상의 꼬리표를 달게 된 순간부터

 

엄마인 나에게는

 

그 꼬리표를 숨기거나 혹은


그 꼬리표가

 

리미티드에디션으로 보이도록 만들 비법을 


연구하고 고민해야 할

 

숙명 같은 게 생겨버린 거니까


불청객도 

 

이런 골치 아픈 불청객이 따로 없달까...


A는 이런 아이였다.

돌이 되기 전부터

 

말을 술술 해냈고

(돌 때 세음절도 해낸 아이임... 

 

그게 토끼 특유의 성질 급함으로

 

 얼른 습득한 재능이란걸 7세가 돼서야 알았네...)


두돌 땐 

 

본인의 의사 표현을 완벽히 해냈으며


(지금 둘째,C의 언어발달이 

 

또래와 비슷하지만 답답함을 느끼는 건


아무래도 

 

첫째와 비교하는 마음이 있어서리라...)

언제나 똑똑하고

 

즐겁고 밝았던 아이.


가끔 엉뚱하고 수다스럽고 

 

시끄럽지만 그래도 귀여웠다.

 



6살 때 

 

담임선생님께서 

 

A는 딱 그 나이 때 

 

아이 같은 천진스러움이 있어서


너무 사랑스럽다며 

 

교육청 콘텐츠 제작에 함께

 

참여시키고 싶다는 요청을 받을 정도로


유치원 활동에도 

 

전혀 문제가 없는 아이였다.

하지만 7살이 되면서


그저 누워있다 

 

기어 다니던 둘째 행동반경이 넓어지면서


A의 장난감

 

(특히나 레고.. 

 

A는 무엇이든 상상만 하면

 

레고로 뚝딱 만들어내는 아이다.)

 

을 부수기 시작했고


형의 독서를 방해한다거나 

 

엄마·아빠와의 행복한 시간을 

 

빼앗기는 일들이 일어났다.

 


이에 대해 불만을 토로하거나 

 

짜증을 내는 모습은


그저 뒤늦게 동생이 생긴 아이들의

 

일반적인 모습이라고만 생각했다.

하지만 코로나로 

 

유치원의 부모참여 수업이 온라인으로 진행되어


휴대폰으로 즉, 

 

제삼자의 입장으로 바라보게 된 A의 모습은


나의 예상을 벗어나고 있었다.

지루한 수업까진 아니었는데

 

주위를 두리번거리거나 멍하게 있는 모습,


한시도 손이나 몸(앞뒤로 흔들흔들), 

 

발을 가만히 있지 못하는 모습 등이 보였다.

아니 도대체 왜 저러지?

 

수업이 진짜 재미없나?


동영상 파일 형식으로 전달받은 거라


계속 앞뒤로 돌려가며

 

5개 정도 되는 수업을 다 돌려보았지만


체육수업을 제외하고는 

 

초반 5분 정도 이후부터는 

 

모든 수업이 산만했다.

선생님 질문에는

 

용케 대답하긴 했지만

 

잠시 금세 흥미를 잃고


혼자만의 세상에 잠깐 갔다가

 

다시 교실로 돌아오는 듯한 느낌.


그렇다고 착석이 되지 않거나 

 

혼자 수업을 방해하는 수준은 아니었다.

말 그대로 멀리서 보면

 

수업을 착실히 듣는 것 같지만

 

자세히 보면 전혀 아닌 모습...

담임선생님께 

 

혹시 아이가 

 

수업에 집중을 많이 못 하는지 여쭤보니


그 나이 때

 

아이들은 모두 집중력이 떨어지니

 

걱정하지 말라고...

 

다만 요새 A가

 

친구들 사이에서

 

자신의 의견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좀 크게 화를 낸다고

 

생각지 못했던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혹을 떼려다 혹을 붙인 느낌이랄까...

그때쯤

 

나는 7살인 아이의 초등학교 입학 준비를 위해


한글과 영어를 떼기 위해

 

스마트학습기로 공부시키고 있었다.


다른 집 아이들은

 

몇개월이면 한글을 다 뗀다는데...


그 똑똑하고 말 잘하는 우리 집 아이는 

 

한글을 전혀 떼지 못하고 있었다.

수업 듣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면 열심히 보기도 하고


누르라는 버튼을 잘 누르고는 있지만


끝나고 물어보거나

 

수업 중 집중해야 찾을 수 있는 문제 앞에서는


오답률이 굉장히 높았다.

똑똑한 줄 알았는데

 

이게 어렵나?

 

그렇게까지 어려워 보이지는 않는데...


내가 아이한테 기대가 너무 높은 건가... 

 

혼란은 커졌다.

그리고 나와 내 남편을 놀라게 한 포인트...

바로 분노를 조절하지 못하는 모습.


그냥 화가 나서 

 

짜증을 내는 정도를 넘어서


자기감정을 추스르지 못하고

 

폭발하고 눈을 부라리며 소리를 지르는 등


6세 때는

 

볼 수 없었던

 

무서운(?) 모습들이 연출되고 있었다.


당해본 사람만

 

알 수 있는 내 아이가 아닌 것 같은 모습.


진짜 농담 조금 더해 

 

귀신 씌운 것 같은 낯선 A의 모습이었다.

주변 사람들에게 이야기해봤지만


동생 생기면 다 그래,

 

라는 남편(분노상태를 보기 전의 남편)과

 

친정엄마의 말과


7살은 다 그렇다는 유치원 선생님의 말씀은


묘하게도 

 

나의 마음을 전혀 위로해주지 못했다.

ADHD 엄마들 사이에 진리처럼 통하는 말이 있다.

"남들이 다 괜찮다고 해도 

 

엄마만 느끼는 이상함이 있다면 

 

진료를 미루지 말 것"

금쪽같은 내 새끼에서 몇 번 본


미쳐서 난리 치고

 

욕하고 폭력적인 아이... 가

 

ADHD인 거겠지 했던


(그때 분노하는 A의 모습보다는

 

훨씬 심각한 모습들..


남편이랑 TV 보면서도

 

우리 애는 진짜 순한 거야~하면서

 

얼마나 자만했던가...)


그때의 내가

 

나의 이상함을 무시하지 않고


가까운 종합병원의 아동 정신과를 찾아보고

 

예약했던 건 왜일까... 

 

그때 안 갔으면

 

ADHD라는 불청객은

 

눈에 보이지 않은 채로


A와 나,

 

그리고 동생 C와 남편 사이에서 부유하며


우리 가족을 힘들게 했을 것이다.

그리고 이제

 

ADHD를 불청객이 아닌

 

손님으로 바라보려고


이 블로그를 시작했다.

손님 마음이

 

워낙 변덕스러워 감당하기 버겁지만


그래도 내 아이와 함께 지낼 손님이니


최선을 다해 대접해보겠다.



이 블로그는

 

그 손님과 그 손님을 등에 업고

 

세상을 살아갈 A에 대한 이야기.


궁금하다면 자주 찾아오셔도 좋다.


나도 지치지 않고 

 

열심히 찾아오려고 하니까. 

 

응원을 부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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