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의 긴 연휴가 끝나고 드디어 A와 동생 C가 학교와 어린이집으로 떠났다. 드디어 6일만의 여유가 생겨났다. 길고 길었던 연휴 동안 메디키넷을 어떻게 먹이면 좋을지 고민을 했었다. 학교 급식을 거의 먹지 않는 녀석이라 끼고 있을 때 뭐라고 더 먹이려면 메디키넷을 단약하는 게 좋은데 그러기엔 친척들도 만나고 여기저기 차타고 다닐 일도 좀 있어서 약을 먹지 않았을 때 과잉행동이나 몹시도 떨어지는 집중력을 그냥 놔두기엔 부담이 되었기 때문이다.
단약상태 또는 메디키넷의 약효가 떨어진 시점의 A는 매우 하이텐션에 충동성도 높고 집중력도 낮다. 공부는 시켜봤자 제대로 머리에 들어가지 않고 어딘가 놀러가게 되면 무언가를 사고 싶다는 충동성 때문에 때를 부리거나 화를 내서 나를 지치게 만드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지시수행이 많이 떨어져서 어떤 일을 시키려고 몇번이나 불러세워 확인을 시켜도 결국 가보면 엉망진창으로 해놓는 경우가 대부분이다.(방정리라든가 빨래감을 서랍에 넣는 단순작업에도 마찬가지다. 얼른 해치우고 다른 놀거리로 가고 싶은 토끼같은 맘에 우선 대충 아무데나 쑤셔넣는다.)
하지만 아빌리파이가 작용하고 있기 때문에(담당 의사는 메디키넷 단약시에도 메디키넷 이외의 졸로푸트와 아빌리파이는 무조건 빼먹지 않고 먹여야한다고 했다.) 엄청난 먹성을 보여줘서 정말 쉼없이 열심히 먹어서 가시처럼 마른 몸을 볼때마다 애가타는 엄마맘에 쏙 든다. 그리고 긴장된 모습이 없기 때문에 마음도 편안해보인다.
그래서 단약하고 집에 머무는게 제일 좋은데 연휴는 그럴 수가 없기 때문에 고민을 했다. 그러다 결국 찾은 방법은 약용량을 아주 낮춰서 거의 매일 먹이는 것이었다. 연휴 내내 1일 20mg인 메디키넷의 캡슐을 열어 절반 이하로 남도록 버리고 아침에 졸로푸트와 먹였다. 평소에도 의사가 아이가 너무 밥을 못먹거나 힘들어하면 약을 조금 덜 먹여도 된다는 조언을 받았기 때문에 시도해볼 수 있었다.
지시수행은 정량을 먹였을 대보다 아쉬운 수준이었지만 그래도 동생을 챙기거나 친척들과 함께 있을 때 예의 바른 수준을 넘지는 않았다. 초등학교 1학년 수준 정도의 장난기랄까? 밥은 한 그릇 정도는 비워줬고 간식도 먹고 싶은 마음이 있다고 했다. 평소에 간식에는 아예 손도 대지 않았으므로 그나마 다행이었다.
결과적으론 아예 약을 단약한건 아니었으므로 약효가 있는 시간엔 내가 좀 덜 힘들었고 밥도 꽤 먹였으니 성공적이라고 보여진다. 그리고 6일 내내 단약을 했다면 오늘 제용량인 20mg를 먹였을 때 두통이나 속 메스꺼움 등을 호소했을 수도 있는데 매일 적게라도 먹여놔서 그런지 별 다른 이야기 없이 학교에 잘 갔다.
여름방학은 거의 주말만 제외하곤 20mg를 다 먹였었는데 겨울방학에는 이 방식으로 약을 줄여서 먹으면 어떨까 싶어진다. 아무래도 이제 또래보다 키도 몸무게도 눈에 확연히 보이도록 작아보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성장주사나 이런걸 맞혀볼까 알아보니 정말 1년에 천만원은 써야할 듯 싶어서 부담이 되니까..
제일 좋은 건 어떤 약도 먹지 않아도 아이가 자기 할 일을 잘 하고 감정의 파도에 휩쓸리지 않고 밝고 건강한 것일 텐데 참 마음처럼 쉽지 않다. 그나마 예전보다는 조금 나아져서 약효가 없을 때에도 누군가를 조금씩은 배려하고 본인의 실수나 잘 못에 대해 억울해하기보다는 수용하고 개선하려고 하는 모습이 보이는 것에 감사하고 있다. 아이가 자라면서 아이의 생각주머니도 자라는 것이겠지. 그러니 기다려줄 수 있는 내 마음의 주머니도 조금 더 늘려야하겠다. 아주 헐겁다고 생각했지만 여전히 타이트한 모양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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