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A가 등교하기 전에 남편에게 조심스레 말을 꺼냈다고 한다. 지금 짝인 친구가 싫어하는 행동을 반복하고 본인에게 함부로 말을 해서 좀 힘들다는 이야기였다. 구체적으로 물어보니 착용하고 있던 마스크의 끈을 가위로 자른다거나 가방에 쓰레기를 넣는다거나 보드게임 등을 하는 동안 A는 잘 못한다며 빠지라고 하기도 하고 평소에서 험한 말을 좀 하는 모양이다.
원래도 주변 친구들에게 폭력을 쓰거나 다른 친구의 물건을 망가뜨려서 문제가 됐던 일이 있던 아이라서 A와 잘 어울려놀지 않았으면 했던 아이인데 이런식으로 엮이다보니 걱정이 크게 되었다.
담임선생님께 남편이 상담을 했고 앞으로는 짝이 되지 않도록 신경써주시겠다는 답변을 받았다. 문제의 아이가 A에게 사과하면서 일이 일단락되는 것처럼 보였는데 점심시간에 함께 어울려놀다가 또 A에게 거친 말로 위협을 하는 일이 발생했고 A는 다시 담임선생님에게 이 일을 말했다. 이런 일이 반복되고 A가 힘들다고 하시니 학교폭력으로 신고를 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건네셨고 그날 아이는 학교폭력을 신청했다.
문제의 아이는 A가 이렇게 강하게 나오자 당황했고 그 뒤로 A에게 매우 젠틀해졌다고 한다. 나와 남편은 A에게 학교폭력신고는 어떻게 진행할지 물어봤고 A는 친구를 벌 받게 하고 싶은게 아니라 친구의 행동을 막고 싶었던 것이기 때문에 이번에는 용서하고 싶다고 했다.
A의 대처가 매우 적당했고 용감했었다고 남편과 칭찬을 해주었다. 그런데 이해할 수 없는 그 부분은 그 다음부터 일어났다. A가 그 친구를 집에 초대해서 함께 놀고 시간을 보내기 시작한 것이다. 아직도 그 친구의 진심을 믿지 못하는 나와 남편입장에선 A가 너무 순진한 것 같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쿨한 것 같기도 해서 A를 쉽게 이해하기 힘들다.
보통 상처를 준 사람과 같이 어울려 노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지 않을까? 분명히 그 친구의 행동때문에 불안하고 심장이 크게 뛴다고도 이야기했던 A의 말이 있었기 때문에 도대체 A의 이런 행동을 어떻게 바라봐야할까 고민이 되었다.
ADHD아이의 친구관계는 늘 어렵지만 이런 상황에서 A의 행동을 내가 어떻게 이해하고 도와줄 수 있을지에 대한 공부가 필요해보인다.
ADHD아이들의 뒤끝이 너무 짧아보이는 이유는 뭘까? 한번 알아봐야겠다.
ADHD아이들의 뒤끝이 너무 짧은 이유 첫번째, 지금 이 순간이 제일 중요해서
ADHD아이들은 미래를 예측하고 계획하는 전두엽의 기능이 또래 아이들보다 낮다. 그래서 과거의 경험을 바탕으로 미래의 위험을 예측하기보다는 지금의 기분이나 자극에 쉽게 반응해버린다.
겉보기엔 쿨하고 착해보이지만 사실은 ADHD적인 특성때문에 지금 당장 이 친구가 가진 장난감이나 게임 등에 반응을 해버리고 자신을 힘들게 했다는 사실은 망각한 채 바로 그 친구와 어울리고 싶어하는 것이다.
낮은 주의력과 높은 충동성이 만든 대환장상황이라고 볼 수 있겠다.
두번째, 감정변화가 너무 빨라서
ADHD아이들은 자신의 감정을 스스로 면밀히 살펴 구분하거나 현재의 감정을 오래 붙들고 있기 힘들어하는 경향이 많다. 화를 냈거나 속상했던 경험을 금새 잊고 흥미로운 일이 생기면 원래의 판단과는 완전히 다른 판단을 해버리기도 한다.
단순한 감정기복이라기보다는 감정조절능력이 미성숙한데서 오는 문제라고 봐야한다.
세번째, 언제나 문제인 사회성
ADHD아이들은 사회성개발에 늘 어려움을 겪는다. 기본적으로 나를 괴롭혔던 적이 있는 아이라면 앞으로도 그럴 가능성이 있다라 사회적 인과관계에 대한 학습이 잘 이루어지지 않는다. 본인이 겪은 감정적 경험 역시 일관성있게 기억하고 해석하는 것을 어려워한다. 그래서 친구가 자신의 감정을 숨기고 이익을 얻기 위해 다가오는지 아니면 나쁜 행동을 티나지 않게 하고 있는 건지 구분하기 어려워한다.
이해심이 깊거나 용서를 잘 하는 거라기보다는 상황을 구분하고 판단하는 것을 어려워하는 것이다.
네번째, 높은 인정욕구와 관계욕
ADHD아이들은 또래아이들과 긍정적인 관계를 맺는 것을 어려워하는 편이다. 그래서 자신을 받아주는 친구가 생기면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관계를 이어가려는 행동을 보일때가 종종 있다. 또한 거절에 예민하고 그 반면에 안정된 인간관계에서 오는 편안함을 찾고 싶어하기 때문에 자신을 괴롭혔던 친구일지라도 사과를 하는 순간 다시 좋은 관계를 맺을 수 있을지 모른다는 희망에서 쉽게 친구를 다시 받아줄 수 있다.
이런 친구라도 같이 꾸준히 놀 수 있다면 그걸로 만족해버리는 것이랄까?
부모입장에선 참으로 답답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좋은 친구가 아니라는 걸 알기 때문에 친구와 거리를 두라고 조언하고 싶지만 그래도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한 친구를 멀리하라고 말하는 것이 아이입장에선 혼란스러울 수 있기 때문이다. 친구관계는 더더욱 부모가 어떻게 바꾸거나 정리해주기 애매한 포인트이기 때문에 아이에게 섣불리 조언을 하기도 어렵다.
아이가 사회성이 조금 더 나아질 수 있도록 꾸준히 노력하곤 있지만 아직 10살이기 때문에 또래들도 서툰 부분이 있을꺼라고 생각한다. 착해서 친구를 용서한것이 아니라 ADHD라서 그냥 놀고싶은 맘에 친구를 받아준 것 일까봐 걱정되는 건 나의 우려일지도 모른다.
그래도 친구의 행동이 불편하다고 말할 수 있는 용기를 높이사고 앞으로도 그 친구와의 관계에서 어려움이나 불편함이 생겼을 때 참지 않을 것이라는 건 확실히 알려준 것 같으니 우선 한 발자국 떨어져서 지켜봐야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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