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HD약을 까먹고 학교에 갔을 때, 무슨 일이 벌어질까?(ADHD/초등ADH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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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HD약을 까먹고 학교에 갔을 때, 무슨 일이 벌어질까?(ADHD/초등ADHD)

by 쌤쌔무 2024. 6. 21.

ADHD라 더 특별한 너

 

아직 진단을 받진 않았지만 A의 엄마인 나 역시 ADHD가 아닐까 생각하고 있다. 왜냐하면 매일의 루틴이 깨지면 나 역시 기억해야할 것들을 잊어버리거나 일의 순서를 뒤죽박죽을 해버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특히나 얼마전에 로봇청소기가 고장나면서 오전 루틴이 깨졌고 그러다보니 하루에 챙겨야하는 것들에 구멍이 났다. 그 중 가장 큰 구멍은 A의 ADHD약을 챙기지 않은 것이었다.

 

사실 약을 먹이지 않은 것도 잊고 있었다가 방과후 수업을 마친 아이와 엄마표공부를 하다가 집중을 너무 못하고 감정 조절이 안되는 아이를 다그치다가 약을 먹이지 않았다는 생각에 물어보니 역시나 먹이질 않았던 걸 알게 되었다.

 

아이에게 학교에서는 어땠냐고 물어보니... 다양한 일들이 벌어졌다. 꾸준히 약을 먹던 아이가 약을 먹지 않고 학교에 가면 무슨일이 벌어지는 지 정리해보았다.

 

ADHD약을 까먹고 학교에 갔을 때, 무슨 일이 벌어질까? 1. 수업 집중을 못한다.

다행히 시험이 있거나 한 날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수업시간에 집중을 잘 못해서 선생님께 많이 혼이 난 모양이었다. 정규수업시간에도 수업 시간에 과제를 끝까지 마무리하지 못해서 선생님께 잔소리를 들었고 조별 과제에서도 자기 역할을 완벽하게 해내진 못했다.

 

A는 고지능ADHD까진 아니지만 그래도 지능이 115가 넘어서 ADHD약을 복용했을 땐 수업 이해도나 참여도, 수행평가 등을 잘 해내는 편이다. 하지만 ADHD약을 빼먹고 간 날에는 집중도가 떨어지고 산만해지기 때문에 수업을 잘 따라가기 어렵고 조별과제에서도 친구들만큼 꼼꼼하게 과제를 마무리하기 어려워했다.

 

 

ADHD약을 까먹고 학교에 갔을 때, 무슨 일이 벌어질까? 2. 장난을 심하게 친다.

방과후 영어 수업이 있던 날이다. 우연히 선생님과 숙제껀으로 연락을 그 전주에 했었는데 앞자리에 앉아서 엄청 열심히 하는 아이라고 말씀해주셨었다. 그런데 약을 빼먹고 간 날에는 바지에 있는 허리끈을 샌들 사이에 넣는 장난을 지속적으로 쳐서 선생님께 혼났다고 한다.

 

담임선생님은 아이가 ADHD라는 걸 아시지만 방과후선생님은 모르시기 때문에 전주와 이번주의 아이수업태도 차이를 보시고 좀 놀라셨을 것 같다. 저번주는 가장 열심히 하는 학생이었는데 이번주는 장난을 계속 치는 아이니 말이다.

 

그나마 아이가 폭력적이거나 행동이 과한 편인 아니라서 큰 문제는 없었지만 그래도 선생님께 장난으로 지적을 받았다는 거 자체로 아이가 굉장히 속상했던 것 같다.

 

ADHD약을 까먹고 학교에 갔을 때, 무슨 일이 벌어질까? 3. 감정조절을 못한다.

A의 하원 루틴은 집에 오자마자 10분 정도를 쉬고 공부를 하는 루틴이다. 초등입학 이후 1년 반동안 이어온 루틴이고 게임을 시작하면서 공부가 끝나야 게임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요새는 오히려 공부를 빨리 해치우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그런데 약 안 먹은 날에는 그냥 좀 징징거리는 수준으로 공부를 시작했다가 중간에 집중을 못해서 문제를 제대로 못 풀자, 감정조절을 못하고 엉엉울기 시작했다. 그때까지 약 복용을 못 시켰다는 걸 기억하지 못했기 때문에 아이를 다그치며 집중해서 문제를 풀 것을 종용하게 되었는데 그 때부턴 울음이 과하게 터져서 숨을 쉬기 힘들다고 표현할 정도가 되었다. 그제서야 약을 빼먹은 것을 깨달았고 공부를 멈추자고 말했다.

 

A는 ADHD약과 졸로푸트, 아빌리파이를 같이 복용중이고 졸로푸트는 오전, 아빌리파이는 저녁에 복용한다. 오전에 졸로푸트가 빠진 상태이긴하지만 약의 작용 자체는 2주 정도가 걸리고 이미 몸에 어느정도 남아있었을 것 같아서 이런 감정조절의 어려움은 콘서타와 페니드의 부재때문이라고 보여진다.

ADHD약을 까먹고 학교에 갔을 때, 무슨 일이 벌어질까? 4. 빼먹은 약 다시 먹이는 법

앞서 말했듯이 졸로푸트는 오전 약이었기 때문에 약복용을 잊을 것을 깨닫자마자 바로 졸로푸트만 다시 복용을 시켰고 페니드와 콘서타는 그날 하루 제꼈다. 저녁에 아빌리파이는 제대로 복용을 했다. 울다가 피아노와 태권도를 다녀온 아이는 저녁쯤에는 안정을 찾았고 남은 공부를 마무리했다.

 

아무래도 부정적인 피드백이 수업시간과 방과후 시간에 쌓였던 것이 아이의 감정조절을 어렵게 만들었던 것 같고 아직 쪼렙인 피아노에서는 부정적 피드백보다는 아이를 격려해주는 시간이 되었을 것이고 태권도는 본인이 좋아하고 늘 긍정적인 피드백을 받는 곳이라서 아이도 스스로 감정조절을 해내고 자기효능감을 되찾았을 것 같다.

 

그러고나니 학원을 마치고선 감정이 좀 차분해져서 남은 공부를 스스로 집중해서 해낼 수 있었다. 오후 공부하는 시간과 마무리를 못해서 저녁에 공부하는 상황 모두 콘서타나 페니드가 작용하지 않았던 시간인데 아이가 어떤 심리상태였는지에 따라 아이가 보여주는 집중력이 달랐다는 점이 좀 신기했다.

 

ADHD약을 까먹고 학교에 갔을 때, 무슨 일이 벌어질까? 5. 약의 필요성

이런 상황을 겪고보니 아이에게 ADHD약은 필요하기도 해보이기도 하고 필요없어 보이기도 한다. 학교처럼 여러명이 규율을 지켜야하고 정해진 규율을 벗어나면 1:1 케어가 아닌 지적이 바로 이어지는 상황에서는 ADHD약을 통해 집중력을 높여서 아이가 자기의 할 일을 해내고 부정적인 피드백을 받지 않도록 도와줘야할 것 같다.

 

하지만 아이가 스스로 자기효능감을 느끼며 몰입할 수 있는 학원이나(A의 경우엔 태권도) 1:1 케어가 가능해서 아이에게 부정적 피드백보다는 칭찬과 응원을 해줄 수 있는 상황이라면(A의 경우엔 피아노) 굳이 ADHD약의 도움까지는 필요가 없어보인다.

 

ADHD약은 아이가 스스로 조절하는 힘이 부족하기 때문에 안경처럼 도움을 받는 약이다. 스스로 조절할 수 있게 도와주는 선생님이 있거나 ADHD아이의 특성 상 과몰입해서 자신의 장점을 폭발시킬 수 있는 그런 과목의 수업이라면 ADHD약이 없어도 아이는 충분히 잘 해낼 수 있다. 

 

우리나라같은 경우는 ADHD의 경우 특수교육대상자가 되기 어렵고 교실에 배정되는 아이의 숫자가 25명 가까이되어서 아이를 일일히 신경써주길 바라는 것이 어렵다. 그래서 아이가 자잘한 문제를 만들었을 때 선생님입장에서는 빨리 아이를 바로잡기 위해 부정적인 태도로 피드백을 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A의 1학년 2학기 담임선생님처럼 초임교사라 아이들에 대한 사랑과 이해가 넘치는 선생님도 계시겠지만(게다가 그때는 1반에 15명 정도 밖에 되질 않았다.) 모든 선생님께 그런 태도를 부탁드리는 건 과하다고 생각한다.

 

적어도 학교에선 ADHD약을 복용하여 수업시간에 바른태도와 집중력을 키울 수 있게 도우면서 부정적 피드백을 쌓이는 것을 방지하고 이후 학원이나 공부방, 엄마표 수업을 할 때는 아이가 스스로 집중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고 찾아보는 것이 좋아보인다.

 

어쨌든 초등ADHD의 최종목표는 약을 끊는다가 목표가 아니라 적절한 약물치료와 행동치료를 통해 뇌의 가소성을 활용해서 아이 스스로 집중할 수 있는 힘을 길러주는 것이 목표이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면 아이의 집중력이 길러져서 약을 끊을 수도 있을 것이고 만약 성인이 되어서까지 복용해야한다면 그래도 삶의 질을 높여줄 수 있는 방법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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